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화려한 귀국과 함께 열흘 동안 보여준 대권행보는 국민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꾼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 후보가 돼서는 안되는 점을 증명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국정이 마비된 상황에서 그의 언행에서 드러난 9가지 후보부적격 이유 제시는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자각 때문이다.

첫째, UN 사무총장직을 열심히 해서그런지 몰라도 한국 대통령 후보가 될 준비가 돼 있지않기 때문이다.

한국 도착하자마자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며 2만원 지폐를 한꺼번에 들이미는 행태나 편의점에 들어가 값비싼 외국산 생수를 들고나오다 참모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모습 등은 얼마나 급조된 후보, 욕심이 준비를 앞서는 후보인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부지불식간에 행하는 행동은 그 사람의 인격이고 그 사람의 실체다. 가벼운 헤프닝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것은 이런 행위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 지난 1월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항철도 탑승을 위해 승차권 발매기에 만원 지폐 두장을 겹쳐 넣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둘째, 인간에 대한 따스함이나 배려, 진정한 봉사의 자세가 보이지않기 때문이다.

음성 꽃동네에 가서 누워있는 환자에게 죽을 먹이는 모습을 자세히 보라. 물론 턱받이를 자신이 한 것도 우스꽝스럽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환자가 누워있는데도 카메라를 의식해서 몸을 일으켜세우지도 않은 채 죽을 흘리며 떠먹이는 모습이다. 생전에 봉사라는 것을 한번 해본 적이나 있는지 의문도 들고 한편으로는 위험한 행위로 환자의 처지를 생각이나 해봤나 할 정도였다. 중환자의 인권보다 자신의 정치소품 정도로 두 숟가락 떠먹이고 그만 두는 그런 행보는 전형적인 이미지 정치의 얕은 수법이다.

셋째, 그의 아리송한 언행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정치인이란 점 때문이다.

대통령의 언행은 예측가능해야 국민이 혼란에 빠지지않는다. 그는 귀국과 함께 스스로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해석이 되지않는다. 박 대통령에게 전화해서는 ‘상황에 잘 대처하라’고 힘을 주고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촛불은 박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대중의 힘으로 서로 대척점에 있는데 반 전총장은 특유의 몸에 밴 ‘이쪽 저쪽’ 모두 옳다는 식의 외교관 스타일로 회색지대에 서 있다. 모호한 행동으로 국민은 혼란해하고 있다. 마치 기회주의자처럼 ‘기름장어’ 행태를 국내정치에서도 이어가는 불투명한 모습은 한국을 알 수 없는 혼돈과 불안으로 몰아갈 수 도 있다.

넷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의를 저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돼서는 안된다.

▲ 1월17일 오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경남 봉하마을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그가 UN 사무총장이 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란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는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지난 6년 동안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공개적으로 ‘인간적 배신감’을 토로할 정도로 그를 비난했다. 이번에 귀국해서 대통령 출마를 꿈꾸고서야 방문할 정도로 그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비판을 받았다. 즉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간적 신의 정도는 언제든지 팽개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런 정치인들은 주변에 차고도 넘치는데 또 다시 70대의 관료가 그런 정치꾼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은 한국정치의 퇴행을 의미하지 않을까.

다섯번째, 벌써부터 친인척 관리에 실패한 모습은 국민적 우환거리가 되기때문이다.

그의 동생과 조카가 미국에서 뇌물죄로 기소돼 범죄자 인도요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은 몰랐다고 하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가장 기초적인 친인척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은 후보자질을 돌아보게 한다. 처음 그는 ‘모른다’고 부인하다가 뒤늦게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국민을 존중하는 의지가 있다면 먼저 사과부터하는 것이 순리다. 사과를 모르는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않는가. 미국에서 뇌물죄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유죄판결이 나면 한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 친동생이 미국에서 중죄인이 되는 모습을 국민은 어떻게 봐야 할까. 역대 대통령들이 친인척, 측근 관리에 실패하여 식물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익히 봐온 국민에게 벌써부터 우환거리를 던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여섯번째, 언론을 대하는 자세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나쁜 놈들”이라고 욕설을 한 것은 매우 위험해보인다. 그가 박 대통령이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해 호평을 하며 칭찬을 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뒤늦게 말을 바꾸는 행태에 대해 질문을 하자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욕설을 내뱉은 행태는 집권하게 되면 또 다른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언론은 국민을 대표하여 질문한다. 성실하게 답변을 해 줄 의무가 있다. 그게 싫다면 공인중의 공인인 대통령 후보를 꿈꿔서는 안된다.

일곱번째, 그는 이미 범죄사건에 연루돼 법적으로 깨끗하게 소명되지않았기 때문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완전히 자유롭지않은 것 같다. 또한 그는 고 성완종 리스트 뇌물 수수자 명단에 올랐지만 이 역시 수사가 제대로 되지않았다. 현재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대통령 때문에 국정마비 상황에 빠져있는데, 또 다시 법률위반여부로 정치적 논란을 키울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여덟번째, 그의 출마자격자체가 벌써 헌법위반 논란거리가 되고 있기때문이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대통령 피선거권 논란과 관련해 ‘생애 통틀어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은 위원회 전체회의가 아니라 해석과의 실무 직원이 작성한 것이라고 한겨레신문은 보도했다. 그가 만약 정식후보가 되려면 선관위는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해석을 해야 하고 여기서 헌법학자들의 엇갈린 해석이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도 알 수 없다. 설혹 후보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해외에서 10년 생활을 하는 동안 역동적인 한국민의 의식변화, 한국사회의 변화를 따라잡기도 힘들고 이해하지도 못해 또 다른 무능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2016년 6월9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뉴욕 UN본부에서 출입기자단들과 기자회견 자리를 가졌다. 사진=포커스뉴스
마지막으로 정작 공약은 보이지않고 정치 이미지만 내세워 공적업무를 방해하는 모습은 더 이상 국민이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을 위해 뛴다는 정치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반 전 총장은 AI 방역장소에 가서 자신은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어 배포했다. 마스크를 끼면 얼굴이 가려져 누가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사진을 연출한 것이겠지만 취재진을 대동하고 굳이 그런 곳까지 가서 그런 사진을 찍는 의도는 무엇인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대통령이 되며 국민의 삶과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컨텐츠는 알 수 없고 온통 이미지만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지난 열흘을 한번 되돌아보라.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젊은이들은 반전총장의 말처럼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좌절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인정하더라도 70대 노인은 아니다. ‘세계의 대통령’이란 언론의 과장 홍보덕분에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도가 나온다고 지금처럼 갈곳없는 정치인들 모아 ‘정치교제’라는 말장난의 시대는 지났다.

국민은 이미지 정치, 불법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는 한국사회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법과 질서가 바로 잡히는 시대정신을 구현해줄 후보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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