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중앙일보 보도를 부인하며 중앙일보 관계자와 해당 기사의 출처가 된 특검 관계자를 고소하기로 했다. 탄핵 사태 이후 청와대가 언론보도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단인 황성욱 변호사는 지난 21일 법원, 검찰 담당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박 대통령은 특검에서 말하는 소위 블랙리스트 작성을 어느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황 변호사는 “중앙일보 기자 및 보도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와 해당 허위 내용의 영장 청구서 범죄 사실을 중앙일보 기자에게 넘겨주었다는 특검 관계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피의 사실 공표죄’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황 변호사는 “앞으로 익명의 그늘에 숨어 허위 보도를 일삼는 특정 세력은 더 이상 여론조작을 그만두고 언론도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에도 언론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이 있을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 2014년 1월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와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릴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오전 중앙일보는 특검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블랙리스트’는 2014년 5월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 이란 취지의 문구가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세월호 한 달 뒤 블랙리스트 작성, 박 대통령이 지시”>)

중앙일보는 “영장 청구서에는 정부가 지원해 준 인사들의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보수 인사를 우대하면서 ‘블랙리스트’로 진보 성향 인물들을 ‘찍어냈다’는 표현도 들어있다”며 “또 ‘헌법 위반’ ‘언론 및 사상의 자유 침해’ 등의 문구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탄핵 사태 이후 청와대의 언론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청와대는 지난 4년 내내 불리한 보도에 대해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으로 일관했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와 어버이연합을 보도한 시사저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관련기사 : <‘끝판왕’ ‘기춘 대원군’의 언론탄압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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