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지난 19일,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특검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른손엔 편지, 왼손엔 꽃을 들고 서였다. 고 황유미씨는 지난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을 거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업병 피해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활동 지원을 위해 독일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와 220억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황유미씨 직업병에 대한 보상으로 500만 원을 제시한 바 있다. 황씨는 특검에게 삼성그룹 뇌물 수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시도를 포기하면 안된다고 말하기 위해 특검을 찾은 것이다.

황씨가 자필로 쓴 편지는 특검팀에 전달되지 않았다.(박영수 특검은 수사와 관련되지 않은 물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미디어오늘은 황씨로부터 건네받은 편지를 게재한다.

▲ 지난 1월19일 황상기씨는 이재용 구속여앙 기각 소식을 듣고 엄정한 삼성그룹 수사 촉구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 사진=황상기씨 제공

▲ 고 황유미씨 부친 황상기씨가 특검에 전달하려고 했던 손편지. 사진=황상기씨 제공

특별 검사님께

삼성은 박근혜의 공범입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3세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황유미의 아빠 황상기입니다. 유미가 세상을 떠난 후 지난 10년 동안 삼성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웠습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삼성 편이었습니다. 직업병으로 230여 명이 제보해오고 79명이 사망했지만 삼성은 그 죗값을 치루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그 경영자 이재용은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그래서 이번 구속 영장 기각 소식에 더욱 화가 납니다.

뇌물죄가 명백하고 삼성 승계 과정에서 국민 연금에 손해를 입힌 게 분명한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서 화가 나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박근혜에게 뇌물을 바치고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힌 이재용은 꼭 처벌돼야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특검에서 도와주십시오.

우리 유미, 230명의 직업병 피해자들 위해 노력해주십시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이재용에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이재용 처벌로 우리 유미와 직업병 피해노동자에 한을 풀어주십시오.

유미 아빠 황상기 드림

▲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사진=황상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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