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지난 19일,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특검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른손엔 편지, 왼손엔 꽃을 들고 서였다. 고 황유미씨는 지난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을 거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업병 피해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활동 지원을 위해 독일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와 220억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황유미씨 직업병에 대한 보상으로 500만 원을 제시한 바 있다. 황씨는 특검에게 삼성그룹 뇌물 수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시도를 포기하면 안된다고 말하기 위해 특검을 찾은 것이다.
황씨가 자필로 쓴 편지는 특검팀에 전달되지 않았다.(박영수 특검은 수사와 관련되지 않은 물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미디어오늘은 황씨로부터 건네받은 편지를 게재한다.
특별 검사님께
삼성은 박근혜의 공범입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3세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황유미의 아빠 황상기입니다. 유미가 세상을 떠난 후 지난 10년 동안 삼성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웠습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삼성 편이었습니다. 직업병으로 230여 명이 제보해오고 79명이 사망했지만 삼성은 그 죗값을 치루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그 경영자 이재용은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그래서 이번 구속 영장 기각 소식에 더욱 화가 납니다.
뇌물죄가 명백하고 삼성 승계 과정에서 국민 연금에 손해를 입힌 게 분명한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서 화가 나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박근혜에게 뇌물을 바치고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힌 이재용은 꼭 처벌돼야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특검에서 도와주십시오.
우리 유미, 230명의 직업병 피해자들 위해 노력해주십시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이재용에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이재용 처벌로 우리 유미와 직업병 피해노동자에 한을 풀어주십시오.
유미 아빠 황상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