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은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청년 인턴을 확대해 해외 진출할 기회를 준다든지,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계속 포기하는 (청년)세대 문제, 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3포’ ‘5포’라는 말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고 있는 20~30대에게 국가가 인턴을 확대해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기문은 지난해 10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1999년 외환위기 이래 최고치인 8.5%로, 60만여명이 일자리 없이 ‘헬조선’을 배회하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반기문의 ‘청년 해외 진출론’은 2015년 3월 중순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한 말을 연상시킨다.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기본 생활비도 벌지 못해 연애도 결혼도 자식 낳기도 포기하는 그 많은 청년들에게 정부가 비행기표라도 사주어야 해외로 나갈 것 아닌가? 설령 외국에 가더라도 취업은 누가 시켜주나? 반기문은 미국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보기로 들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도전, 창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더라. 우리나라도 패자부활전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10억달러대 갑부들은 다 창업한 사람들이다. 부모 상속 받은 사람들 없다.” 한국사회에서 부모의 재산 상속도 받지 못한 ‘흙수저들’이 무슨 재주로 도전을 하고 창업을 할 수 있겠는가? 민주와 평등을 추구하는 유능한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반기문이 지난 9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심각한 사건들에 관해 얼마나 피상적이고 권력 추수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명백한 사례가 지난 19일 이명박을 방문한 자리에서 드러났다. 이명박이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으니 그 경험들을 살려 한국을 위해서도 일해 달라”고 ‘덕담’을 하자 반기문은 “이 대통령께서 재임 중에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해 오신 점을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의원 김영주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의 ‘무지’와 ‘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의 핵심 정책이 무엇이었나? 4대강 사업과 원전 확대가 아닌가? 4대강 사업은 한마디로 환경파괴와 부정부패가 만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전까지만 해도 단군 이래 최대의 스캔들로 국민에게 고통을 준 대표적 정책 실패였다.”
‘1일 사고 1건’은 반기문이 귀국한 지난 12일부터 저지른 고의적 또는 우발적 사고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민 행보’를 하겠다며 입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 승차권 판매기에 1만원권 두 장을 겹쳐 넣는가 하면 자판기에서 외국산 생수를 집어 들었다가 측근의 제지로 국산 물병을 샀다. 14일에는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가, 누워 있는 중환자인 할머니에게 수저로 죽을 먹여 큰 사고를 저지를 뻔하기도 했다. 게다가 환자용 턱받이를 자신이 걸쳐 인터넷에서 조롱의 글이 넘쳐나게 만들었다. 반기문의 ‘서민 시늉’에서는 진정성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애정은커녕 ‘정치적 쇼’라는 인상만 짙게 드러날 뿐이다.
대통령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는 반기문의 행적은 ‘갈팡질팡 쇼’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참담한 현실을 너무 모르는 그에게 공직선거법 제16조(피선거권)는 ‘금과옥조’가 될 만하다.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 반기문은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귀국 이래 그가 보인 언행은 ‘5년 이상 국내거주’가 왜 중요한 자격요건인지를 여실히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