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단체로 구성된 태블릿PC조작진상규명위원회(이하 태블릿PC규명회)가 19일 최순실 태블릿PC를 최초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심수미 JTBC기자의 ‘올해의 여기자상’ 수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심 기자가 상을 받는 프레스센터 현장까지 쫓아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심 기자의 인격을 모독하는 사진까지 만들었다. 엄마부대와 박사모 등은 18일 JTBC의 왜곡보도와 징계를 요구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는 목동 방송회관에 난입해 점거농성을 벌였다.

피의자 신분의 전직 청와대 정무수석 조윤선씨가 어버이연합 등 극우성향 단체에 관제집회를 지시했던 정황이 최근 특검 수사로 드러난 가운데 현재 JTBC보도에 대한 이들 단체의 전방위적 압박 또한 청와대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국회 탄핵 소추로 업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이들 단체가 움직이고 있다면 이 또한 검찰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JTBC는 현재 극우단체의 무차별적 의혹제기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올해의 여기자상 시상식에서 심수미 JTBC 기자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상습 폭언·폭행 기사를 보도한 김연지 CBS 기자와 함께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했다. 심 기자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을 알린 스모킹건이 된 ‘최순실 태블릿PC’를 최초 확보했던 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날 시상식은 경찰병력의 삼엄한 경비와 통제 속에 진행됐다.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 태블릿PC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수미 JTBC기자의 '올해의 여기자상' 시상을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김준호 대학생 명예기자
이날 오후 7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태블릿PC규명회원들은 심 기자의 얼굴과 포승줄로 묶인 몸을 합성한 사진을 내걸고 심 기자에게 상을 주는 한국여기자협회를 비판하며 수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집행위원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한 변희재씨는 “JTBC 조작보도는 다 확인이 된 상태다. 의혹제기가 아니라 화면만 봐도 이미 조작이 확인됐다”고 주장한 뒤 “심수미 기자는 조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직접 나와서 한 방송은 모두 조작된 것이 확인됐다”고 강변했다.

이날 프레스센터 입구에는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80여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극우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꽃과 태극기를 들고 “심수미를 축하해주려고 왔는데 왜 들여보내주지 않느냐”며 경찰에게 항의했다. 변 씨는 “경찰은 심수미를 보호할 게 아니라 당장 체포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변 씨의 말에 박수를 치며 “심수미를 구속해야한다”고 소리쳤다. 이들은 프레스센터 20층 행사장 앞에서 JTBC보도가 조작이라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행사주최측은 이들의 난입과 행사진행 방해, 물리적 폭력 등을 우려해 이날 명찰을 착용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극우단체 회원들은 미디어오늘 취재진을 향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같은 놈”, “좌빨언론놈”이라고 비난하며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날 심수미 기자는 수상소감을 통해 “우리 보도의 의도와 목적성에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 회사의 능력을 FBI로 생각하는 것 같다. 조작을 하거나 끼워 맞추기 할 능력이 안 된다”고 밝혔다.

▲ 지난 18일 방송회관에서 점거농성 중인 엄마부대, 박사모 등 회원들. 사진=김준호 대학생 명예기자
한편 엄마부대와 박사모 등 박근혜지지 보수단체는 JTBC의 정정보도와 채널 폐지를 요구하며 17일 밤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는 방송회관에 난입, 로비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18일 농성에 참여한 김유진(55)씨는 “JTBC 오보가 너무 많다. JTBC 정정보도를 촉구하라고 방심위에 얘기했는데 심의조차 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효종 방심위원장이 오는 23일 면담을 약속하자 19일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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