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18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고 출연자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방송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 제시는 심의 위반에 해당하는 약한 징계이지만, 징계수준보다 놀라운 건 심의위원들의 논의수준이다.

‘미운우리새끼’는 지난 12월 23일과 24일 가수 김건모씨가 소주병을 이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화장실에서 남은 소주를 먹는 장면과 지난 1월 6일과 7일 지인과 함께 전국을 돌며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방송했다. 심의위원들은 해당 방송이 음주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음주를 미화시켰다고 판단, 심의규정 28조(건전한 생활기풍)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성묵 부위원장은 김건모의 ‘소주병 트리’에 격분했다. 심의위원들의 의견제시 과정을 생중계한다.

▲ SBS '미운우리새끼'의 한 장면.
김성묵 부위원장=“15세 프로그램이에요. 어른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권장 될 수 있는 상황이죠. 위험하다고 봅니다. 화장실에 가서까지 술을 먹는 건 중독자 아닌가? 이걸 문제없다고 하면….”

장낙인 상임위원=“농사철에 다큐멘터리 보면 열심히 모내기 하고 막걸리 먹는 장면도 나오는데 다른 관점에서도 보면 그것도 음주조장이라고 할 거에요? 오히려 지역 술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소주병으로 트리를 만든 건 오히려 재활용하는 장면 아닌가…. 청소년들도 아버지가 집에 와서 저녁식사하면서 음주하시는 것도 보는데….”

하남신 심의위원=“저는 이 트리 만드는 장면은 못보고 전주 가서 소주 먹는 부분을 봤어요. 트리장면에서 소주를 가져다놓고 씻는데, 기발하다고 생각했어. 뭐 시청자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 의견제시 정도로 하죠.”

함귀용 심의위원=“프로그램 흐름과 맥락에서 이 상황이 정말 불건전하고 음주를 조장하는 건가? 이 정도는 소화 할 수 있는 시각이 중요해요. 크게 문제 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윤훈열 심의위원=“15세 이상 프로그램에서 소주병으로 트리를 만들었다는 건 불편할 수 있으니 의견제시 정도로….”

▲ SBS '미운우리새끼'의 한 장면.
김성묵 부위원장=“의견제시가 아니라 권고로…. 소주병이 집에 300병 넘게 있는데 이거는….”

장낙인 상임위원=“거기밖에 먹을 곳이 없는데 그럼….”

(심의위원들 일동 웃음)

김성묵 부위원장=“장 위원은 문제없음이라고 보시니까 의견제시로 가시죠. 통일하면 의견제시로 가고 아니면….”

장낙인 상임위원=“아니 아니. 의견제시면 심의 위반인데 이정도 가지고는….”

김성묵 부위원장=“합의로 갑시다. 전원 의견제시로.”

장낙인 상임위원=“난 문제없음으로.”

김성묵 부위원장=“의견제시 셋, 권고 하나, 문제없음 하나로 갑시다. 난 이거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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