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공개변론이 열린 19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에 대해 부정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대통령 차명폰의 존재는 인정했고,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대통령도 차명 폰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차명 폰으로 연락한 이유에 대해 묻자 정 전 비서관은 “우리 정치의 아픈 부분인데 어느 정권이라고 얘기 안 해도 옛날부터 도청·감청 이런 논란들이 많이 있었다”며 “대통령님하고 통화하고 이런 부분이 딱히 도청된다 이런 것을 확신해서라기보다는 위험성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이름으로 사용하진 않았다”고 말해다.

또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취임 후엔 직접 전화통화를 하지 않고 정 전 비서관을 꼭 통했다고 한다’는 질문에는 “저하고 연락한 건 제가 잘 알고, 두 분 사이 연락은 제가 모른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과 최씨가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하루에 2∼3차례 전화나 문자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최씨와 박 대통령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1월∼2015년 4월 공무상 비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으로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박 대통령이 문건을 주고 받은 것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대통령께서 최순실씨 관련해서 대선 2012년도부터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 대선때는 말씀 자료가 워낙 많다.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본인이 직접 펜을 들고 고치는데 고치다보면 바쁜데 맨날 하면 피곤하기도 해 나에게도 많은 말을 하고, 최순실 의견도 반영하라고 했다. 그래서 도움도 받고 합심도 했다. 대통령이 최씨 의견 반영하라고 해 큰틀에서 대통령 뜻에 따라 (최씨에게 문건을) 보냈고 건건이 뭘 보내라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진=포커스뉴스

다만 정 전 비서관은 본인이나 최씨가 수정할 권한은 “없다”고 단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인사 관련 자료가 최씨에게 발표전에 보고된 것’에 대해서도 “단지 최씨가 먼저 알았을 뿐 인사 관련해서 얘기한 부분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호성-최순실 녹취록에는 최씨에게 ‘컨펌’을 받으라는 표현이 나온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대통령이) 불러주신대로 그대로 발표가 됐지 내용은 바뀐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의견을 전달하면 피청구인(대통령)에게 전달할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냥 알린 것”이라고 답했다. ‘왜 알리느냐’는 질문에 “최순실씨는 기본적으로 저희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이다.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었지 안타깝게도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게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꼬인 거 같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소추위원단 측은 “그 말이 비선실세라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은 더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혼란스럽던 시기에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계획 중이었다. 정호성 녹취록에 따르면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해 ‘유럽순방 가기 전에 국무회의든 수석비서관회의든 개최하는 게 좋고, 훌쩍 가는 건 아닌거 같아, 외국만 가는 거 같아서’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소추위원단이 “당초 계획되지 않았던 회의가 개최된 것 아니느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대선 때도 그렇고 어떻게든 돕기 위해 신문도 많이 보고 걱정이 돼서 의견을 준 것이고 유민봉 수석하고도 상의를 해 대통령께 (회의를) 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설립 다음에 알았다”고 말했다. 중국 리커창 총리 방한 때 문화 콘텐츠 관련 MOU를 맺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최씨가 말한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긍정했지만 해당 내용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연관된 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해 정 전 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정 전 비서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전에 운영에 대해 논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대통령이 어디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본관 아니면 관저에 있어 굳이 다른데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며 “피곤해서 모든 일정을 비우고 관저에 업무를 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께서 업무가 굉장히 과중하다”며 “탄핵까지 당한 상황에서 가슴 아픈 것 중 하나가 요즘 언론에 나오는 거 보면 관저에서 쉬기나 하고 미용시술 받고 맨날 외국에 해외순방 다니는 것만 좋아하는 것으로 매도되고 희화화돼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오전에 대통령과 대면하거나 전화한 적이 없다고 답했고, 오전에는 큰 사고인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정 전비서관은 12시 이후에 대통령과 대면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2시 조금 넘어서” 올라갔다며 “그때쯤 (상황이) 잘못된 거 같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그때 뭐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뭐하고 계셨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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