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최근 KBS로부터 ‘아침마당’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 “KBS와 입장 차이로 인해” ‘아침마당’ 제작진으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된 후 또 다시 윗선 개입 혹은 ‘KBS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황교익씨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연말에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 출연 섭외를 받고 1월6일 담당 PD와 2명의 작가를 만나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을 주제로 강연하기로 했다”며 “2월에 녹화하기로 하고, 자료는 주말 즈음에 넘기기로 했는데 16일 저녁에 작가한테서 전화가 와 출연 금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황씨에 따르면 ‘아침마당’ 작가는 이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으며, 17일 당당 PD는 “문재인뿐 아니라 여타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KBS 전체의 의사 결정이냐 물었고, PD는 교양제작국 단위의 결정이라 했다”며 “방송 출연 금지자 명단이 작성돼 존재하느냐고 물으니 답을 피했고, 문재인 지지자 말고 다른 어느 정치인의 지지자가 출연 금지 통보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KBS ‘아침마당’ 홈페이지.
황씨는 지난 14일에 출범한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더불어포럼은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자발적 전문가·시민 네트워크다.

황씨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누구이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명할 수 있으며 그 신념의 표명으로 방송 출연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는 항의를 했다”며 “결론은 KBS에 출연을 하려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BS의 특정 정치인 지지자 출연 금지 결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만의 일이었으면 그냥 있을 수도 있었다”며 “나는 어쩌다가 KBS의 출연 금지를 알게 된 것인데, 나 이외에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들은 자신은 알지도 못한 채 출연 섭외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KBS 블랙리스트인 셈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황씨의 주장에 대해 허완석 ‘아침마당’ 책임PD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고 말했다. 

아침마당’ 제작진은 KBS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제작진이 황씨에게 출연 정지를 통보한 것은 공영방송인 KBS가 대선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여야 구분 없이 모든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적용하는 원칙으로 오래 전부터 ‘아침마당’에서도 지켜왔던 관례이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또 “개인적인 정치 의사 표명은 자유이지만 방송이 선거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감안하여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특정 인사에 대해 방송 출연을 ‘금지’가 아니라 ‘잠정 중단’시키는 것”이라며 “황씨가 마치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매우 자의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아침마당’ 월요일 코너 ‘고급정보열전’에 지난 6주간 출연해왔던 선대인 소장도 제작진으로부터 “윗분들에게 부정적인 의견이 들어온 것 같다. 최대한 버텨봤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윗분들 지시에 따라 선 소장을 출연시킬 수가 없다”, “국장이 외부에서 선 소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들었다. 그 의견이 뭔지, 외부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관련기사 : ‘선대인 아침마당 하차’에 KBS 국장 “패널 교체는 다반사”)

당시 KBS는 방송에서 “그동안 유익한 정보를 전해주셨던 선대인 요원께서 일부 방송 내용과 관련해 KBS와 입장 차이로 인해 오늘부터 출연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사 보강 19일 오전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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