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첫 국회 공청회가 열렸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교수들은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세부적인 방식을 두고는 이견이 많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공청회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전문가 진술과 질의를 진행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선안 전반에 대해 찬성했으며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개선 의견을 냈다. 진술인은 여야 합의로 채택하며 통상적으로 여야 동수로 추천한다.

앞서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2명은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7월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몫을 여야 7:6으로 개선’ ‘사장 선임시 이사회 3분의 2가 동의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립’ 등이 골자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에서 공청회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전문가 진술과 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방송사 중에서는 공영방송인 KBS, EBS, MBC가 현장을 취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가장 의견차가 컸던 사안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법제화다. 지배구조 개선에 동의하지 않는 진술인들은 공통적으로 노조의 힘이 비대해진다며 우려했다.

이창근 교수는 “방송사업자의 권한을 너무 제한하고 옥죌 수 있다. 노조에 의결권을 줘선 안 된다”면서 “노조가 방송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지만, 이후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는 기본적으로 진보성향”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진보성향 사장을 뽑을 것이고, 편성위원회에서도 노조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막강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성우 교수는 “매번 노사가 대립하게 되고 파업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공영방송이 멈춰설 것”이라며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대신 노동법을 통해 공영방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출신인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 역시 “사내에 기자, PD단체와 노조도 있어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없이도) 나름의 견제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노사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서 방송이 중단될 정도로 내부구성원들의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 역시 “편성위원회는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논란이 된 보도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며 “충돌이 일어났을 때 양측이 대처할 수 있는 절차적인 점을 보완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법을 지금 개정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컸다. 최진봉 교수는 “정권교체가 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지배구조 개선에 반대할 것”이라며 “누가 정권을 잡는지 알 수 없는 지금이 개선 적기”라고 말했다. 강상현 교수도 “이번에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민의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공영방송에 문제가 많았고 19대 국회에서 합의된 점들이 있는데 유야무야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본다”면서 “지지율이 바닥인 여당은 당연히 이 법을 받아야 하겠지만 공영방송을 정치도구화하려는 발상은 원칙에 맞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강 의원은 최진봉 교수가 지배구조 개선이 적기라는 발언을 하는 도중 “설교를 하지 마시고 본인의 의견을 말씀하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여 야당 의원들과 최진봉 교수가 항의하기도 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이념편향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사진은 '고영주 어록 카드뉴스'.

이사추천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이창근 교수는 “이사회의 정치화가 심각할 것”이라며 ‘시도지사 협의회’에서도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제안했고, 지성우 교수 역시 “이사회가 미니국회가 될 것”이라며 국회 뿐 아니라 대법원의 추천을 받는 안을 제시했다.

최진봉 교수는 “중요한 건 추천하는 것을 넘어 개입을 하는 것의 문제이지 국회에서 추천하면 정치적이고, 사법부에서 하면 정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여야가 이사후보자를 추천할 경우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민심을 대변하는 기관인 만큼 국회에서 추천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강효상 의원은 “KBS2나 MBC는 민영화를 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돌발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TV조선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보도했는데, 마치 지금 공영방송이 후속보도를 하지 않아 큰 죄를 진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당시 TV조선은 물증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보도할 수 있었고 다른 방송은 물증이 없어서 후속보도를 못한 것”이라며 공영방송 보도를 옹호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이 비판을 받은 대목은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에도 소극적으로 보도하거나 물타기성 보도를 내보낸 게 핵심이지만 강 의원은 관련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실상 여당과 입장을 같이 해온 이창근 교수는 “공영방송은 공론장을 지키는 최소한의 기구로 남겨둬야 한다. 성급한 민영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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