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선출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포장됐다. 언론은 ‘국민통합의 시대, 100% 국민행복시대’를 열 것처럼 홍보하고 띄웠다. 그러나 최근 특검의 수사로 드러나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는 국민들을 거리로 쫒아나오게 했다. 결국은 국회 탄핵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국가위기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보 시절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않았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검증과 견제는 없었다. 과장과 홍보하는 언론에게는 이익을 가져다주고 견제, 감시하겠다고 반발하는 언론사에는 재갈을 물렸고 비판 언론인들은 해고, 파면 등으로 거리로 내쫓았기때문이다. 언론사마다 파업을 했던 불행한 과거는 권력의 언론지배, 불공정보도를 강제했다. 이 과정에서도 ‘블랙리스트’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대통령의 조기퇴진이 가시화되자 대권후보들이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한다면 그 누구도 더 이상 이미지 정치를 떠나 언론의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국정농단사태가 보여주는 교훈이 아닌가.

▲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가 왜 대통령이 돼야하는지, 국민은 왜 나를 선택해야하는지 내용은 없고 대중 이미지를 내세워 표몰이, 인기몰이를 하겠다는 것은 이제는 막아야 한다. 선거때만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며 ‘박대통령 사진’을 내세웠던 후보들의 당선은 한국 정치의 몰락을 가져왔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선거의 여왕’앞에 엎드려 ‘친박’판정만 받으면 당선이 되던 어리석은 대중정치의 시대가 있었다.

이런 이미지 정치 시대의 종언을 알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최근 국내 행보는 우려스럽다. 당락여부를 떠나 그의 귀국과 동시에 뛰어다니는 이미지 정치행보는 목불인견이다. 딱 두가지 관점에서라도 반 전총장에게 지금의 행태를 되돌아 보기를 권한다.

먼저 한국을 떠나 십년 생활을 외국에서 해외활동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사정이 어둡고 국내 정치, 사회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하더라도 이것은 아니다.

한국은 지구촌에서 가장 ‘역동적 국가’라고 할 정도로 사회, 문화 질서가 빨리 바뀌기 때문에 십여년을 해외에서 국제활동에 전념했다면 국내상황에 대한 이해가 과거에 멈춰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변 참모진들의 건의도 본인의 판단능력을 우선할 수 없다. 무리한 정치행보는 곳곳에서 웃지못할 헤프닝으로 국민의 웃음거리, 우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천공항 입국 당시 의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지하철 승차권을 끊는데 지폐 2장을 겹쳐 넣으려 한 사진까지 인터넷을 타고 전국에 퍼졌다. 자중하고 공부하며 국내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슬픈 이미지 정치가 만들어내는 지금의 반후보를 보면 국민의 실망을 자초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 1월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직통열차에 탑승해 서울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며 지하철 탑승 일정을 공개하는 언론플레이로 거꾸로 소통이 아닌 현장불통으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텐가.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과정에선 누워있는 환자에게 그대로 죽을 떠먹이는 개념없는 이미지 사진도 우려스럽다.

한국 국민은 이미지 정치에 자주 속아봤기 때문에 이런 행보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어제의 유엔사무총장이 오늘 당장 한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는 진정성보다 노탐으로 비친다. 10년 공백은 보다 철저한 공부를 요구하는데, 바로 표부터 쉽게 얻으려는 이미지 정치는 박근혜의 재판이다.

또 하나는 ‘정치교체’를 하겠다면 누구와 어떻게 교체하겠다는지 그 내용이 있어야 한다. 주변의 인물들이 구태정치인, 갈 곳없는 정치인들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어떤 참신한 인물들이 함께 하는지 내용이 없다. 더구나 정치를 교체하겠다니 무슨 정치를 무슨 정치로 교체하겠다는 것인지 마치 요령부득의 ‘창조경제’의 재판처럼 들린다.

특히 정당에 소속되지않은 혈혈단신의 몸으로 정치를 교체하겠다면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평생 외교 관료로 살아온 공무원이 정치교체를 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하려면 내용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면 이미 그렇게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더 이상 호소력이 없어보인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월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정당도 정치기반도 없는 관료가 정치교체를 외쳐봐야 공허하다. 정당들의 이합집산을 틈타 몸값을 부풀려 특정정당의 후보로 안착할 것이라면 정치교체니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자기부정이 되기 때문이다.

주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검증과 견제가 없었다는 반성은 새로운 대통령 선출에 대한 철저한 검증으로 이어져야 한다. 더 이상 이미지 정치로 재미보는 후진행태의 정치를 용납해서는 안된다. 언론의 비판, 견제를 견뎌내거나 국민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와 정치내용, 공약 등을 투명하게 내놔야 한다.

아무리 조기선거가 가시화 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이미지 정치, 검증없는 얼렁뚱땅 후보의 덜컥 당선은 없어야 한다. 오판에 따른 주권행사의 실패는 할만큼 했다. 언론의 모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더욱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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