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도 정작 최순실 차은택 게이트에 연루된 경위와 관련해 두 달 가까이 사실관계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씨의 측근 차은택씨의 공소장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면, 안 전 수석이 황창규 회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차은택씨와 최순실씨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채용, 전보 지시를 했으며, 황 회장이 이대로 따른 것으로 나온다. 최씨의 광고회사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하고, 그 과정도 규정을 위반했으며, 그 대행사에 광고를 몰아주라는 요구도 안 전 수석이 한 것으로 적시됐다.

KT의 회장이 최씨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청와대 수석의 불법적인 요구를 그대로 다 수용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장의 주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말 차은택 등을 기소했다. 그런데 두달이 다 되도록 황창규 회장은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을 아직 한 차례도 사내외에 밝힌 적이 없다.

KT의 입장은 검찰에서 조사중인 사항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얘기는 특검 수사와 헌재 결정이 끝난 뒤에야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인지, 특검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법적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더구나 이런 초유의 국정농단에 KT 회장이 연루된 상태에서 아무런 해명도 없이 연임을 하겠다고 밝혀 반발을 사고 있기도 했다. 연임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려면 이 문제의 진실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KT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차은택 등의 공소장에 나온 대로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2015년 1월 경 ‘윗선 관심사항인 이동수 이사의 채용' 요구 전화를 받은 사실’, ‘신혜성 이사도 이동수 이사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의에 1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공소장에 나온 내용에 대해 현재 조사중인 사항이라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검찰 수사중인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 지난해 3월2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황창규 KT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채인식 금융 보안 솔루션(결제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차은택씨의 공소장에서 이후 2015년 10월 경 및 2016년 2월 경 안종범 전 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동수, 신혜성의 보직을 KT 광고 업무 총괄 및 담당 직책으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고 황창규 회장에게 전화해 이동수를 KT의 IMC본부장으로, 신혜성을 IMC상무보로 인사발령 내줄 것을 요구해 결국 황 회장이 두 사람의 보직을 변경해줬다고 기록했다. 또한 최순실이 주식을 보유한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달라는 안 전 수석의 요구 전화를 받은 황창규 회장이 이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각종 인허가 어려움 등 직간접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결격사유가 있었는데도 이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했다. 이후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해 3월30일부터 8월9일까지 KT로부터 7건의 광고 68억 원 상당을 수주해 5억1669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광고대행사로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하라고 지시했다는 것과 달리 정상적인 절차대로 경쟁을 통해서 했고, 평가도 받았다”며 “이 역시 검찰 수사중인 사항이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그라운드의 주식을 최순실씨가 보유해 사실상 최씨의 회사라는 사실이나, 최씨의 존재, 차은택씨의 존재 자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동수 전무와 신혜성 이사 채용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전문성을 보고 채용한 것이고, 이 전무가 와서 광고한 것을 보면 KT 광고가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기업 입장에서 억울한 면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황창규 회장이 청와대와 최씨 등에 의한 피해자로 공소장에 지목돼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피해자라는 것은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공소장의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는 뜻이냐는 질의에는 “그건 제가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KT 인사를 청와대 수석의 전화를 받고 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도 밝히지 못하는 등 최순실게이트 연루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임을 하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임은 절차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이고, CEO추천위에서 할 문제로, 아직 연임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이 관계자는 “무슨 말씀을 하시겠느냐”며 “(지금은) 검찰 수사에 협조할 뿐”이라고 답했다.

KT 새노조(위원장 임순택)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창규 회장이 피해자가 아니며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적극 협력한 부역자”라며 “국정농단 세력을 회사 내로 끌어들여 이들의 이권추구를 조직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기업의 이름으로 황창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 KT 새노조는 지난 16일 황창규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앞에서 황 회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또한 KT 새노조는 KT가 미르재단 11억원, K스포츠재단 7억원 등 18억 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 10억 원 이상의 출연 기부에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무시했다며 KT 이사회 소속 이사 전원을 특검에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한편, 주간조선은 황창규 회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관계를 들어 최순실씨를 황 회장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주간조선은 지난 3일 발행된 2439호 기사 ‘최순실 효과? 포스코·KT 인사 손 놓은 정부, 회장 연임 호기’에서 “통신업계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삼성그룹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부산고 25회 동기로 막역한 사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장충기 사장이 정권 초부터 최순실이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관련 내용을 황 회장에게 귀띔해 줌으로써 KT가 최순실 측의 민원을 적극 수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KT는 최순실과 차은택의 민원을 수용하는 대신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이 불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황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여하는 행사에 유달리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고 썼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황 회장이 부산고 나온 것은 맞지만, (장충기 사장과는) 삼성에 있었기 때문 있었기 때문에 아는 관계일 뿐 이런 사적 관계를 엮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혀 사실 무근인 보도이고, 카더라식으로 적는 것은 아주 잘못된 기사”라며 “항의해서 (해당 언론사에) 빼라고 했는데, 안뺐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우리한테 취재하고 쓴 내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SKT와 CJ헬로비전간 합병을 막아달라는 민원을 넣었다는 국민일보의 지난 12일자 기사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완전 사실 무근”이라며 “10개월 동안 SK만 원했던 합병일 뿐 모든 곳에서 반대했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기사를 직접 쓴 김대현 주간조선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기사에 있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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