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일하는 법률방송은 비출입사다. 법조 취재의 경우, 법조기자단에 속해있지 않으면 단순 사실을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다.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풀(pool)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 역시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현장을 찾아간 뒤에야 확인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거절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에 협조할 수 없다”는 원칙 혹은 관례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4일 국회에서 특별검사법을 합의한 뒤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특검에 대한 취재접근이 보장되지 못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몇 발짝 뒤에서 쫓아가야 하는, 어쩌면 단 하나도 대응해내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어떻게든 취재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처음 비출입사 모임을 만들기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5일이다. 취재를 하며 알게 된 선후배를 중심으로 5개 매체가 뜻을 함께했다.

우선 특검 사무실 입주가 중요했다. 특검의 입장이 고스란히 전달될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 입주 매체 선정이 기존 법조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뤄졌진 터였다. 먼저 특검 브리핑룸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미 40여개 매체가 함께하고 있는 법조기자단 역시 공간이 협소하긴 마찬가지였다. 비출입사에게 내줄 공간도, 내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결국 비출입사를 중심으로 특검이 입주한 건물 14층 브리핑룸 아래 별도의 취재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렇게 13층 기자실 입주가 이뤄졌다.

문제는 또 찾아왔다. 특검이 14층을 브리핑 장소로 정하면서 13층에 있는 비출입사의 경우 한달에 10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하고도 제대로 된 취재를 하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비출입사들은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 특검은 ‘국회’가 승인한 임시 기관임에도 기존의 법조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특검법 또한 ‘알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출입 매체의 취재권 보장은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공식 브리핑 참여를 위해 기존 법조기자단과 특검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계속된 협의 끝에 공식 브리핑이 있을 때 14층 브리핑룸을 비출입사에게도 오픈하겠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외신을 포함한 12개 매체가 모여 ‘특검 제2기자단’을 시작했다.

특검 내에서 어느 정도 취재 편의가 확보됐을 무렵, 이번에는 법원이 문제가 됐다. 기존 법조기자단은 모두 법정 내 전용 좌석을 배정받았다. 150석 규모의 대법정 좌석 중 70석이 법조기자단과 사건관계인 등에게 배정됐다. 80석은 공개 추첨으로 좌석이 배정됐다.

지난달 19일 열린 최순실 첫 재판을 앞두고 진행된 공개 추첨에는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그 중 3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은 비출입사 기자였다. 일반 시민들과 함께 응모권을 써내고 가슴 졸이며 추첨 결과를 기다렸다. 일부 매체는 운좋게 당첨이 됐지만, 한 자리도 확보하지 못해 돌아서는 매체들도 있었다.

제2기자단에서는 이 부분 역시 힘을 모아 취재에 나서기로 했다. 의견을 공유한 뒤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를 만나 제2기자단의 존재와 법정 내 취재를 위한 좌석 확보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최순실 공판을 담당한 재판부 역시 제2기자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어렵게 전용 좌석을 확보했다. 고작 한 자리에 불과했지만, 제2기자단 중 한 명의 기자라도 상시 참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

▲ 김경희 법률방송 기자
출입이든 비출입이든 특검 사무실을 찾는 모든 기자들은 박 대통령, 청와대 고위직 및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알려내기 위해 고군 분투 중이다. 1월17일 현재 제2기자단에는 총 19개 매체가 함께하고 있다. 특검 1차 수사기간이 40여 일 남짓 남은 가운데, 서로가 얻은 정보를 십시일반 모아 공유하며 비출입사의 어려움을 극복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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