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또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 2년 동안 MBC가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건 민사·형사 소송이 무려 12건에 이른다. MBC는 대부분의 소송을 패소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항소에 상고까지 끌고 가 아직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명색이 언론사가 다른 언론사의 기사에 대해 소송으로 겁박하는 태도도 상식 밖이지만 정당한 비판을 명예훼손이라며 손해배상 운운할 만큼 아직까지 MBC의 명예가 남아있는지도 의문이다.

MBC의 이번 고소는 지난 11일 원조 ‘비선실세’ 정윤회씨가 한 방송사 사장을 만나 보도 협조를 요청했다는 TV조선 보도와 관련, 이 방송사 사장이 MBC 안광한 사장이라는 사실을 밝힌 미디어오늘 12일자 기사를 문제 삼은 것이다. 정윤회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A씨는 TV조선과 인터뷰에서 “보도 사실이라든가 차단도 하고 언론사 중에 하나는 완전히 밀착돼서 해야 하니까, 정윤회가 나라 국정에 모든 걸 (이 방송사와)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 방송사 사장이 누구인지는 당연히 공적 관심 사안이다. A씨가 밝힌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TV조선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스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MBC는 정윤회의 아들인 탤런트 정우식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거나 “정우식을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했다”는 등의 증언은 있었지만 그 윗선이 누구인지는 아직 드러난 바 없다.

미디어오늘이 안광한 사장의 실명을 밝힌 건 TV조선의 보도가 합리적인 의혹이라 판단했고 단순히 의혹 제기 차원에 그칠 게 아니라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실제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언론 부역자들 문제를 다루려고 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TV조선과 미디어오늘의 보도 이후 민주당이 특검에 수사를 요청했고 계속해서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MBC는 17일 8시 메인 뉴스에서 TV조선과 미디어오늘을 형사고소 조치한 사실을 밝히면서 “문화방송(MBC)를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MBC 기자협회는 이 리포트를 두고 “기사의 기초 조건인 ‘쌍방 당사자 취재’를 생략하고 ‘전달자로서의 중립’을 상실한 채 안 사장 개인의 입장을 ‘진실’로 확정하고 보도한 ‘공영방송 사유화’의 생산물”이라면서 “MBC 뉴스 역사에 치욕으로 기록될 기사”라고 비판했다.

안광한 사장이 결백하고 억울하다면 해명을 하면 된다. MBC는 자사 사장이 관계된 일인 만큼 안 사장의 해명을 인용 보도할 수 있지만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했어야 한다. 그런데 앵커가 인용이 아니라 직접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보도”라고 규정하는 순간 MBC는 안광한 사장과 한 몸이 된다. MBC의 앵커와 기자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안광한 사장이 정윤회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우리 사장이니까 일단 편들고 보겠다는 것인가.

미디어오늘 보도는 TV조선이 보도한 익명의 방송사 사장이 안광한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건 이것 자체로 부정할 수 없는 팩트고 MBC도 TV조선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허위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고 MBC를 비방할 목적으로 쓴 기사도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정당한 비판과 의혹 제기를 악의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MBC 보도야말로 미디어오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MBC는 MBC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MBC 노조 조합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 2015년 11월23일자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해 7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MBC 뉴스의 정부 여당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2015년 6월1일 미디어오늘 기사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 역시 항소심에서 “기사의 주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MBC는 2015년 11월21일 MBC 교양제작국 해체 이후 MBC 상황을 다룬 “요즘 MBC 왜 이리 볼 게 없나 하셨죠”라는 제목의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해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5년 1월에는 MBC 의 세월호 축소 보도를 비판한 미디어오늘 기사 10여건에 대해 무더기 소송을 냈으나 대부분 기각됐고 일부는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방송문화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MBC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소송 비용으로 쓴 돈이 무려 48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디어오늘에 집중됐다. MBC가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MBC가 공정하지 않다는 미디어오늘의 비판이 허위가 아니라는 걸 법원을 통해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번 안광한 사장 보도 역시 미디어오늘은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언론으로서 할 역할을 했을 뿐이다. MBC도 소송이 아니라 기사로 말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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