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돈 안 되는 MCN? 이미 멀티 커머스 네트워크다”(이은영 SMC TV 부사장)
“지상파스럽다고? 같은 칼로 요리, 그릇이 달라졌을 뿐”(박재용 SBS 모바일제작사업팀장) 
한 연예인 필라테스 강의 120만 클릭의 비밀은(박성조 글랜스TV 대표)
“아저씨들 팟캐스트? 20대들에겐 안 먹힙니다”(국범근 쥐픽쳐스 대표)
“MCN, 장르 확장이 곧 수익모델 확대”(유진희 MCN협회 사무국장)
지금 유튜브에선 뽀통령 대신 '라임튜브'(길기홍 라임튜브 운영자)
⑦ “모바일은 스피드, 기획부터 제작까지 1주일”(이재국 모모콘 기획본부장)

스위즐랩스는 MCN협회 소속이지만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도, 크리에이터를 매니지먼트하지도 않는다. 대신 MCN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유명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댓글과 커뮤니티 반응을 분석해 마케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스위즐은 스틱으로 저어서 만드는 칵테일로 콘텐츠와 데이터를 섞어 인사이트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지난 13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스위즐랩스 사무실에서 이인영 대표를 만났다.

“MCN의 영향력, 광고주가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 대표는 유튜브 영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공유하는 소셜서비스를 시작으로 뉴미디어 시장에 발을 디뎠다. “사실상 실패했다. 이미 무료인 콘텐츠를 갖고 이용자를 상대로 돈을 번다는 게 쉽지 않더라. 4년 정도 일을 하다 그만뒀는데, 애착이 생긴 뉴미디어를 떠나지 않되, 돈을 버는 일을 찾게 됐다.”

이후 다양한 뉴미디어 사업자들을 만나며 시장의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공통적인 고민이 있었다. 동영상 시장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광고의 성장은 더뎠다. 연예인을 통한 방송광고에 익숙한 제작자와 광고주가 납득할만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해 ‘갭’이 컸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이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TV에서 자주 언급되는 ‘양띵’과 ‘대도서관’이 아니면 유명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나마 유명 크리에이터라고 하더라도 출연료를 3000만~5000만 원 정도로 부르면 ‘왜 이렇게 비싸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 거다.”

그는 고민 끝에 ‘틈새’를 고안했다. 첫째,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광고업계에 MCN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것. 둘째, MCN 콘텐츠의 이용자 반응을 분석해 마케팅 효과를 높이는 것.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동료들과 함께 2015년 미국과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MCN업계의 닐슨, 크리에이터 랭킹 시스템

스위즐랩스는 매일 ‘인플루언서 마케팅’(영향력이 높은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위해 크리에이터 순위를 집계한다. 16일 기준 1위는 게임 크리에이터 GAMST(감스트), 2위는 먹방 크리에이터 님슈기다. 랭킹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서 조회수, 추천수 등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스위즐 랭킹이 MCN판 시청률조사기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기존 시청률조사기관의 방법론으로는 뉴미디어 시장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랭킹 자체가 당장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시청률 측정과 마찬가지로 광고단가 등을 책정할 때 기준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많은 크리에이터가 있고, 각각의 고객풀을 갖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광고주 입장에서도 크리에이터와 협업할 때 어떤 장르에 누가 있는지 매칭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랭킹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MCN업체가 자사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랭킹을 뽑아달라는 의뢰를 하는 등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 스위즐랩스의 인플루언서 랭킹.

댓글을 알아야 해답이 보인다

랭킹은 다각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댓글 등 정성적인 데이터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며 게임, 뷰티 등 장르별 세부 랭킹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가 아는 유명 크리에이터 외에 인지도가 낮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주목받을 수 있는 지표를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즐랩스의 핵심 사업은 ‘ 인공지능을 통한 비전형 데이터 분석’이다. 추천, 접속자 등 전형적인 데이터가 아닌 숫자로 나타내기 힘든 자료를 데이터로 가공해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크리에이터나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콘텐츠 개선을 위한 ‘조언’이 될 수 있고,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차별성을 고민하던 중 한국어 기반 텍스트 분석을 하는 박사를 데이터과학자로 영입하면서 특화된 인공지능 분석을 하게 됐다”면서 “뷰티, 게임, 쇼핑 등 성장하고 있는 각 시장에 최적화된 언페어(차별적) 지식 베이스를 바탕으로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이 특별 한 점”라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시장에서도 정량적 분석 서비스는 이미 많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경쟁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마케팅에 ‘이용자 반응’을 체크하는 건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광고주나 콘텐츠 제작자나 댓글 반응을 살피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일일이 다 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든다. 또, 댓글을 본다고 하더라도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았다. 이를 우리가 대신해주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원리는 이렇다. 댓글 전체를 크롤링(긁어오는 작업)해 문장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자연어처리기술을 통해 키워드 단위로 쪼개고 △키워드 사용빈도 △키워드 간 연관성 △키워드의 호감도 등을 분석한다. 결과값을 구글 애널리틱스 방식으로 보여주며 ‘리포트’를 제시하거나, 분석결과를 ‘데이터 전략가’들이 인사이트를 제시해 마케팅에 조언도 한다. 영어와 한국어 분석이 가능하고, 현재 중국어 버전도 개발하고 있다.

▲ 이인영 스위즐랩스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예를 들어 인기 크리에이터 도티가 쿠키런 게임을 플레이한 영상을 분석하면 댓글 3000여개에서 반복되는 빈도를 기준으로 단어를 추출한다. ‘도티’ ‘레벨’ ‘플레이’ ‘쿠키런’ ‘쿠키’ ‘10(레벨)’ ‘닉넴’ ‘스킨’ 등이 순서대로 나온다. ‘도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온 점을 보면 도티 콘텐츠의 특성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팬심’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쿠키’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나온 건 게임의 보상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일 수 있다.

딩고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메이크어스의 경우 이슬라이브(가수가 술자리에서 라이브를 하는 ‘참이슬’의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2PM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상위 키워드에 ‘술 냄새’ ‘술자리’라는 키워드가 긍정적인 의미로 자리 잡았다. 이 대표는 “영상을 현장감 있게 잘 만들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의뢰를 받으면 분석을 해 리포트를 제공하거나, 추가적으로 마케팅에 조언을 하는 식”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영상 URL’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분석결과를 추출하고, ‘솔루션’을 만들어 인사이트까지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분석으로 트렌드 파악, 시장 성장 도울 것”

스위즐랩스는 콘텐츠 댓글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게시물도 분석한다. 이 대표는 “커뮤니티나 SNS게시물을 통해 트렌드에 대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특정 크리에이터에 대한 언급이 갑자기 늘었는데 어떤 키워드와 연결되는지, 경쟁브랜드와는 어떤 차이가 나는지를 광고주들이 알 수 있다”면서 “뷰티 커뮤니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모듈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전형 데이터 분석은 다양한 시장에서 응용되고 있다. 현재 게임 앱 리뷰분석을 통해 어떤 버그가 자주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 ‘버그 분류기’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한 글로벌 게임회사의 의뢰 작업이 계기가 됐다. 스위즐랩스가 분석한 결과 이 글로벌 회사의 게임의 특정 버그에 대한 불만이 높았고, 이 때문에 별점이 낮다는 걸 확인했다. 유독 한국에서만 이 버그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해외에 있는 본사는 이 같은 보고를 받고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용자 반응을 분석해 제시하니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돼 보완했다.

국내 대형금융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에도 스위즐랩스가 조언을 했다. 당시 이 회사는 배너광고를 하는데 클릭율이 낮아 “신차 거래를 할 때 이용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물었다. 스위즐랩스는 클리앙, 뽐뿌, 보배드림 등 유명 커뮤니티의 자동차 게시판 글 200만 건을 분석했고 ‘와이프’라는 키워드가 자주 나오는 것을 파악했다. ‘가족’ ‘잔고장’ ’와이프‘ 등이 연관성이 있는 단어였다. “차 사고 싶은데 와이프 허락 받아야 한다” “와이프가 타려면 잔고장이 없어야 한다” 등의 글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포인트를 달리 해야 했다. 지금까지 자동차 할부금융 마케팅에는 주로 ‘이자율’만 언급됐다. 이자율 자체로는 차별성을 두기 힘들고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으니 ‘와이프가 좋아하는 기프트’ ‘부부동반 보험료 할인’ 등의 마케팅을 하라고 조언했고 이를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는 고객사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상에서의 트렌드 분석을 어떻게 같이 할지 논의 중”이라며 “특히 뷰티 분야에서 이용자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광고주에게 도움이 됐는지를 세부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스위즐랩스의 서비스는 고가이기 때문에 규모가 큰 기업이나 대형 콘텐츠 제작사들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점이 한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고객이 큰 회사 위주였던 건 맞지만 세부적인 기능을 나누고, 일부 기능만 도입한 저가형을 내놓는 등 장기적으로는 일반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겠다”면서 “시장 전반의 성장과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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