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광한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정윤회씨와 연루돼 보도와 드라마 제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안광한 사장은 지난 11일 TV조선이 ‘뉴스 판’에서 “정윤회씨가 모 방송사 사장과 여러 차례 만나 우호적인 보도를 요구했다고 한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모함이고 무책임한 소문”이라고 부인했지만, TV조선은 후속보도를 통해 관련 정황 증거를 추가해 보도했다.

TV조선은 “정윤회씨가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여성 김아무개씨와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을 자주 찾았고, 정씨가 이 여성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 모 방송사 사장도 동석했다고 한다”며 “정씨는 보도 협조를 이 사장에게 요청했다는데 비선 홍보수석 같은 역할을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익명으로 가려진 해당 방송사 사장이 누구인지 복수의 TV조선·MBC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정윤회씨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사장이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정윤회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 안광한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TV조선 측은 당초 방송사 사장이 공인 신분임에도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칫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언론 대 언론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소스(증거)는 확실하다”고 입증을 자신했다.

TV조선은 11일 정윤회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식당 주인 A씨와의 인터뷰 외에도 12일 안광한 사장과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승무원 출신 김씨와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김씨는 다른 지인 2명, 정윤회씨 등과 함께 자주 어울렸고 세월호 사건 당일에도 정씨와 저녁을 함께 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하누리 TV조선 기자는 12일 방송에서 “음식점 사장 A씨 말을 들어보면, 정씨는 김씨와 단둘이 오는 게 아니라 방송사 사장이나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왔다고 한다”며 “승무원 출신인 김씨가 외국어를 잘 하고 매너가 좋은 데다, 기업 고위층 인맥도 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MBC는 12일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TV조선과 미디어오늘이 MBC와 MBC 안광한 사장을 지목해 근거 없는 의혹을 사실인 듯 단정 지어 보도했다”며 “두 언론사에 즉각적인 형사고소 조치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허위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12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그러나 MBC 기자협회(왕종명 회장)마저도 MBC의 안 사장 반박 입장 리포트에 대해 13일 ‘MBC 뉴스는 안광한 사장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12일 뉴스데스크 열 번째 꼭지는 기사가 아니다”며 “MBC 뉴스 역사에 치욕으로 기록될 기사”라고 비판했다.

MBC 기자협회는 “우리는 이 (뉴스데스크) 기사가 기사의 기초 조건인 ‘쌍방 당사자 취재’를 생략하고 ‘전달자로서의 중립’을 상실한 채 안 사장 개인의 입장을 ‘진실’로 확정하고 보도한, 중차대한 ‘공영방송 사유화’의 생산물로 규정한다”며 “MBC 뉴스데스크가 자사 사장에 대한 의혹을 ‘의혹 제기자’와 ‘당사자’ 양측에 대한 쌍방의 취재 과정도 없이 ‘안광한 사장은 그런 일 없다’는 신(神)적 수준의 최종 심판을 내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도 16일 정씨와 만나 보도와 드라마 제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안 사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과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특검에 고발했다. 아울러 TV조선과 미디어오늘 기사를 정씨 아들 MBC 드라마 출연 특혜 의혹 관련 특검 수사 의뢰 사건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안 사장은 이날 오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 상반기 업무보고에서도 이사들의 이런 질타가 쏟아지자 “(뉴스데스크 반박 리포트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만났다고 보도한 쪽에서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안광한 MBC 사장 “뉴스 시청률 하락, 선정 보도 안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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