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재정을 절감해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국민의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복지제도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했던 성남시 실험의 성공 결과로 나온 대선 공약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7일 오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고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수익이 집중되고 있는 소수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증세와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기 위한 국토보유세 신설을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 구상은 크게 일부에 대한 기본소득과 전국민 기본소득으로 나뉜다. 먼저 정부 예산 400조원 중 7% 가량의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28조원을 마련한다. 이 금액을 국민들 중 가장 기본소득이 필요한 계층인 0세부터 29세, 65세 이상, 장애인, 농업인 등 총 2800만명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각각 연간 100만원씩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면 재래시장 골목상권에 이 돈이 흘러가므로 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이는 취약계층 등 꼭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국토보유세는 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점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대한민국의 자산 중 불로소득이 400조원이 넘고, 이 중 토지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00조에 달한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국민 모두가 토지에 대한 세금을 내게 하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되, 설계를 통해 상위 5%에게만 부담이 돌아가고 95%의 대다수는 낸 것보다 더 많이 돌려받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약 15조원 이상의 예산 확보가 가능할 뿐만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에 의한 국민들 간 소득 불균형을 조정하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장의 주장이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 대권 공약은 성남시 실험을 통해 구체화됐다. 성남시에서도 30만평 상당의 도심 개발 예정지에 대해 성남시가 직접 공영개발하는 방식으로 바꿔 순 수익만 4300억원을 벌게 됐다는 것이다. 성남시 내에서도 인허가권 허가로 생기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적절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했고, 이를 시민들의 삶 개선에 사용하게 됐다는 성공의 경험이 있었다.

이 시장은 “내가 취임하기 전에는 개발사업권이 민간에 넘어간 상태였다. 성남시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바꿔버리면서 한 푼도 안 들이고 인가만 해주면서 현금으로 4300억원을 벌었다. 이 돈으로 도심에 땅을 사서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고, 임대아파트 조성 등에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 시장은 우리 경제의 특권적 지배구조를 청산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한 경제 구조가 가능하려면 부당한 내부거래와 중소기업 착취 등을 일삼는 재벌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리치'로 불리는 5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440개 기업과 연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개인 6000여명에 각각 8%포인트와 10%포인트의 증세를 해야 한다는 공약은 이를 뒷받침한다. 감면규제를 통해 실효세율을 올리면 연 평균 5조원 이상의 재원 확충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시장의 구상이다. 

또한 이재명 시장은 노동조합을 보호하고 부당하게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불법 노동만 제대로 감시해도 사주가 추가노동에 대해 임금을 올리거나 인력을 추가 고용을 하게 될 것이므로 최대 260만개까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본소득보다는 기존의 복지 체계를 강화해 저소득층이 생활에서 누리는 실질적인 혜택을 늘리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며, 최상위계층 증세가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좌절될 가능성도 남는다.

이재명 시장이 기존 복지 체계 강화보다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처분 소득을 높이는 목적과 함께 경제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이 시장은 “하나의 정책을 구상할 때 하나의 목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성남시는 청년 배당 정책을 실시하면서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를 지급했다. 이는 지역 내 경제활성화를 꾀함과 동시에 저축하지 말고 필요한 곳에 바로 사용하라고 권장하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청년 층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게 되는 정책 본연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이러한 정책의 전국 확대 가능성 역시 “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냐”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반대 여론을 돌파하는 것 역시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시장은 “정책을 제안할 때도 남들이 무서워하는 것을 한다”며 반대 의견이나 사회에서 금기시 된 부분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은 “국가 경영 관련 논의에서도 다들 노동 얘기를 잘 안한다. 나는 심하게 한다. 종북몰이 얘기도 돌파한다. 그 이유는, 그걸 깨지 않으면 정권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권주자로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촛불 정국 당시 급속히 상승한 뒤 현재는 10% 전후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에 이어 3위에서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당내 경선도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시장은 “당내 경선도 내가 이길 것이다. 끝까지 완주할 건데 왜 다들 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선은 당선될 사람을 찍게 되지만 경선은 돼야 할 사람을 찍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경선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야3당이 연합해 공동경선을 치르고 공동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원론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공동경선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재명 시장은 야권 후보 간 연대와 연합정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이 시장은 “정치세력들이 자기 이익 위해 국민통합과 야권통합 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권력교체해 새로운 나라와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을 제1의 목표로 둬야 한다. 통합은 ‘친문은 빼고’라면 안된다. 그게 여의치 않는다면 연합정권 수립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후보단일화나 야권연대를 하면 이긴 쪽이 다 차지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반기문 전 총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시장은 “해보다가 잘 안 될 것이고 안 될 것 같으면 아예 출마 안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국내 정서와 교감이 잘 안되는 사람이다. 해보다 안 되면 외국으로 갈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시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 “앞으로 정책 발표도 해야 하고 출마 기자회견도 할 것이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제 삶 자체가 공장생활도 하고 살아온 과정이 그렇다보니 삶에서 겪은 아이디어가 많다. 이런 시정 내용과 접목한 것들도 많다”며 앞으로도 공약을 하나씩 꺼내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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