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가 대북정책 효과가 분명하다며 강경한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난해 기자회견과 달리 일부 발언 뉘앙스가 바뀌기도 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17일 국회에서 바른정당창당준비위 초청 좌담회에서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한 외국 투자가 없다는 걸 알고 수백명이나 투입된 국가개발위원회 두 곳을 2013년 해체했다”며 실질적인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남한을 보는 관점은 “쓸어버려야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은 한국을 병존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북이 핵과 생화학 무기 등 포탄으로 남한을 없애버린다는 계획”이라고 북한의 핵 위협을 강조했다.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태영호 전 북한공사 초청 좌담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그는 애국가 1절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한 듯 종동 다른 참가자들과 다르게 불분명한 입모양으로 노래를 불렀다.   사진=포커스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분석하면서 “한미 양국이 각각 대북제제와 한미군사훈련을 계속할 경우 핵실험과 ISBM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며 “핵실험 카드는 한국을 향해, ISBM 카드는 미국을 향해 꺼내들고 미국을 흔들어서 대북제제를 풀라는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북 쌀 지원이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조건을 달았지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던 주민 통제 시스템이 이미 무너졌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로 그런 북한 정권 붕괴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차원에서 남북교류를 주장했다.

그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서는 식량 기증국의 분배팀이 지역 말단의 배급소까지 찾아가 미국에서 원조하는 것이라는 걸 알리고 준다며 “거저 주지 말고 지역 주민을 만나 배급 행사도 하고 남한에서 주는 쌀이라는 걸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태영호 전 북한공사 초청 좌담회'에 참석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태영호 전 북한공사 초청 좌담회'에 참석해 국민의례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태영호 전 공사는 “외국이든 한국이든 쌀을 주면 100% 북한 주민에게 가지 않는다. 행사하고 그렇게 쌀 나눠줘도 70~80%는 다시 (군이) 실어 간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남은 10~20%는 북 주민에게 간다. 더 중요한 것은 남한에서 쌀이 온다는 걸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이 차기 한국 정부와 합의할 때 개성공단 문제를 꺼낼 텐데 원칙성 있게 말해야 한다”며 “매달 현금을 줄 것이 아니라 매해 북한에 병원을 더 지어주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시·도에서 현대적 병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해 12월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공개간담회에서는 “김정은의 핵개발 정책을 포기시키느냐 마느냐 문제는 어떤 인센티브의 양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언급하며 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발언과는 다른 내용이다. 

그는 당시 “김정은이 있는 한 절대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조 달러, 10조 달러 준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해 기자간담회 후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서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언론 인터뷰에도 나서며 ‘김정은 정권 붕괴론’을 적극 설파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날 자 인터뷰 기사에서 태영호 전 공사가 국정원 5명의 경호를 받으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날 바른정당 좌담회 장소에도 국정원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의 경호가 펼쳐졌다.

이날 좌담회는 바른정당창당준비위원회가 주최하고 하태경 의원이 주관해 열렸다.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과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이날 태영호 전 공사 초청 좌담회를 통해 안보 분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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