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5차 변론에 참여한 최순실의 주장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다른 관련자들의 증언이나 수사결과와 어떻게 다른지 보자.

이날 최씨는 스스로 거짓말을 드러낸 부분이 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자신이 만들거나 운영한 게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K스포츠 재단의 2대 이사장 후보는 자신이 추천했다고 말했다. 차은택씨의 이력서를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력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적은 있지만 인사 추천은 아니라는 주장인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재단 임원 다수가 재단 설립 전 내정사실을 알고 있어 비선실세 존재를 의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호성 비서관을 정 과장이라고 불렀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대해 최씨는 “정 비서관”이라고 답했다. 이후 정동춘씨를 K스포츠 이사장에 추천한 이유에 대해 “공백이 오래니까 ‘정 과장’한테 추천했다”고 표현했다. ‘정 과장’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함을 추측할 수 있다.

박 대통령 뇌물죄 혐의와 관련된 삼성과 롯데 지원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도 의견이 갈린다.

이날 최씨는 박 대통령이 삼성과 롯데의 청탁을 받고 재단 출연금과 추가 지원을 요청한 사실을 부정했다. 최씨는 “삼성그룹 합병은 지금 설명을 들어도 모를 것 같다”며 “삼성에 아는 사람도 없고, 정유라가 탈 말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지원에 대해 “검찰 수사나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대통령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선의로 공적인 사업에 지원했다고 밝힌 박 대통령의 입장과 유사하다.

반면 이날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15년 7월 재벌 총수들과 면담한 뒤 ‘현대차 30억+30억’, ‘CJ 30억+30억’등 재단 출연금을 지시했고, “다른 기업들도 이에 준해서 받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16일 신청하며 “삼성의 경영권 승계 및 승계를 마무리하는 부분에 관해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삼성 경영권 승계에 국민 노후자금을 끌어다 쓰도록 힘 써주고 대가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에 대해 인정하겠단 뜻이다.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최씨는 국정농단 사실도 부인하려 했다.

최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메일과 인편으로 문서를 보내와 수정해 보낸 적은 있다”면서도 “(고위 공직자) 인사안은 모르겠고 연설문의 감성적 표현만 봤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한 적 있기 때문에 이 수준에 맞춰 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발표하기 전 연설문을 미리 본 사실만으로도 국정에 개입한 증거다. 

사건 초기인 지난해 10월20일 고영태씨가 JTBC 인터뷰를 통해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자 청와대는 즉각 “말이 되는 소리”냐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최씨는 지인의 공무원 임명에 대해 “정 전 비서관에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이력서를 준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판단하고 검증을 거친 다음에 한다”고 말했다. 최씨도 인정했듯이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든 사람이 차관에게 특정인의 이력서를 준 것 자체가 압력일 수 있다.

최씨의 딸 정유라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을 지원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KD코퍼레이션과 현대차의 납품 계약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단지 ‘유망 중소기업 지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대통령이 유망 중소기업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KD코퍼레이션의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 전달했다”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대통령이 받아들였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D코퍼레이션에서 샤넬백과 4000만원 명절선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친했기 때문에 (받았다)”며 “대가성으로 몰아가는데 그건 대가성이 아니라 선물로 받았고 돈은 안 받았다”고 말했다. 샤넬백은 시가 1162만원에 달한다.

특검은 KD코퍼레이션이 박근혜 정부 초기에 대통령 외국방문에 동행한 것을 파악해 위법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업체는 2013년 10월 박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등을 할 때 경제사절단으로 선발돼 동행했다. 검찰은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와 기아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최씨가 안 전 수석을 통해 정몽구 회장 등을 압박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최씨는 자신의 검찰 수사기록에 대해 “독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이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검찰과 특검이 너무 강압적인 수사를 하고 있어 압박 때문에 특검 수사도 못 나가고 있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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