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고소 및 고발되는 경우 검찰 기소 전이나 재판 확정 전까지 사실상 무고와 관련된 조사와 재판 등을 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 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를 걸어놓은 셈인데요. 여성계는 ‘가해자’들이 무고 혐의로 고소 고발하면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정안은 입법을 통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성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죄를 막는 것은 위헌의 소지를 담고 있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이선옥 작가의 기고글을 싣습니다. 이선옥 작가의 글에 대한 반론도 환영합니다.  - 편집자주


“상대방이 무고를 정말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무고는 정말 큰 죄다” 얼마 전 성폭행 가해자로 고소당한 남성연예인이 경찰에 출두하면서 한 말이다. 조사 결과 그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상대 여성은 무고로 기소되었다. 지난해에는 유독 유명 남성연예인에 대한 성폭행 고소 사건이 많았다. 고소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이들은 성폭행범으로 취급되었으나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었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여성에 대해 무고죄 적용을 반대하는 여성운동가는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면 말고’식의 고소를 하느냐”고 항변한다. 무고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여성이 무고를 쉽게 생각한다고 여기고, 여성의 입장에 선 사람은 성폭력 피해여성이 무고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주장은 자기 경험 안에서 모두 진실일 것이다. 실증적인 데이터를 가져온다 해도 경험에서 비롯된 인식은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자기가 경험한 세계, 속한 집단에 따라 인식의 차이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적용되는 제도의 변화로 이어질 때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얼마 전 입법 발의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이 그 경우다.

2016년 12월 20일 정춘숙(대표발의), 김삼화, 노회찬 의원 등 11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무고의 혐의로 고소 또는 고발되는 경우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종료되거나,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조사, 수사, 심리, 재판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둘째,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성관련 이력을 성폭력범죄의 증거로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운동 진영은 수년 전부터 성폭력범죄에서 상대방(대부분 남성인)이 피해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에서 무고의 의심을 하는 것을 비판해왔다. 가해자가 거는 무고죄가 여성 피해자의 발목을 잡는 악질적인 꼼수라는 이유다. 최근에는 구호를 넘어 입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는데, 이제 첫발을 떼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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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발의안은 위헌성 여부, 평등의 침해, 인권의 원리, 사회 보편의 상식 등 여러 면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안에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지향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중요한 문제가 담겨 있다.

첫째, 이 개정안은 헌법(정신)을 준수하는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 면에서

무고는 피고소인이 제기할 수도 있고,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기도 한다. 이번 개정안은 두 경우를 모두 금지한다. 우리 헌법은 누구든 동등한 법률적 지위를 가지며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불기소처분으로 종료되거나, 재판이 끝날 때까지라는 단서조항이 있다 해도 특정기간, 상황 동안 기본권을 제한하는 면에서 이 조항은 위헌이다.

범죄의 유무를 가리고 법률에 근거한 처리를 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임무를 금지하는 것 또한 위헌적인 발상이다. 국민 누구나 자신이 입은 범죄의 피해를 신고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조사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에 해당한다. 만일 특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이를 인지하여도 적시에 수사할 수 없도록 한다면,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 된다. 성범죄에 관한 한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도 없고, 무고에 대한 의심까지도 금지하라는 조항은 헌법적 근거를 가지지 못한다.

무죄추정의 원칙 면에서

개정안은 무고의 고소자(남성)를 가해자로 단정하며, 허위로 무고를 행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다.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취급받아야 한다. 무고를 금지하라는 주장 속에는 죄가 없는 여성고소인을 “꽃뱀” 취급하며 범죄자로 몰기 때문이라는 항변이 있다. 바로 그 주장 논리에 따르더라도 무고 예외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위헌적인 발상이다. 고소인이 ‘꽃뱀’이 아닐 가능성을 주장하려면, 피고소인이 ‘성폭력범’이 아닐 가능성도 인정해야 한다. 그 가능성을 모두에게 보장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다.

피해자 보호장치 보장 면에서

개정안의 두 번째 조항은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성적 경험, 행동,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범죄 관련 기록 등 성(性)이력을 증거로 제출하거나 이를 기초로 신문하는 것을 금지한다.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이 실추되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이유다.

현행 사법체계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 다양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직업, 용모 등 정보를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한다.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공개와 누설도 금지해 2차 피해를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신변보호 청구권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안전을 보호하며, 인격과 명예의 손상을 막는 조항들도 있다. 개정안은 이를 더욱 강력하게 적용하거나 보완하여 달성할 수 있는 내용을 위헌적인 방법으로 관철하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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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할 법관의 의무 침해 면에서

재판에서 증거의 수집과 신문내용을 제한하겠다는 발상 또한 문제다. 성범죄는 피해여성의 성적 경험, 행동,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범죄 관련 기록 등 성(性)이력이 사실관계 입증에 중요한 근거가 되거나 관련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사법기관은 모든 증거와 주장을 접수하고, 신문을 통해 필요한 내용을 확인할 절차적 이행의무를 지닌다. 이를 통해 범죄 피해 사실의 입증과 유무죄 판결의 근거가 마련된다.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한다’(제103조)는 조항으로 법관의 의무와 권리를 보장한다.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법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한한다면, 다른 범죄 피해자와의 형평성을 해칠 뿐 아니라 특정인에게 유리한 증거만이 효력을 갖게 된다. 현행법으로도 재판관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증거의 제출이나 신문을 중지할 수 있다.

편견은 모든 범죄에 대해 재판관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법관의 편견은 법리와 절차를 근거로 적극적인 권리주장과 비판을 통해 해결할 과제이지, 특권적인 지위를 만들거나 기본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둘째,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

헌법은 근대적인 법체계 국가 안에서 구성원들이 동의한 최선의 규범이다. 나는 위헌 요소만으로도 이 개정안에 반대한다. 하지만 법이 판단기준이 아닌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들에게 이 법안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떤 주장에 대해 사회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려면 그것이 모두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확인이 필요하다. 공정성과 객관성 입증에는 주장자들의 일관된 태도가 필수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여성에 대한 무고 판단을 멈추어야 한다는 여성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남성의 성적가해행위(희롱, 추행, 폭행, 강간)에 대한 여성들의 폭로와 재판 사건에 대해서도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여성계는 성범죄자가 재범률이 높고 위중한 범죄이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성범죄자의 범죄 이력은 해당 재판의 유무죄와 양형을 결정하는데 주요 근거가 된다. 만일 편견의 작동을 방지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성범죄자의 재판에 성이력과 성범죄 관련 기록 등을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고죄 적용 제한의 논리에 찬성한다면, 성범죄에 한해서는 피해자의 신고 즉시 유죄로 판결하는 것에도 찬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성은 거짓으로 피해사실을 말하지 않고, 남성은 피해여성을 위협하기 위해 거짓으로 무고를 행하고, 수사기관은 편견에 기대어 피해여성을 가해자로 의심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계가 그런 주장까지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헌법적 제한과 그 헌법정신을 뒷받침하는 사회보편의 상식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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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는 무고 관련한 통계조차 없음을 한탄한다. 이는 무고 예외 적용에 대해 아직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발의자들이 법개정의 근거자료로 제시한 여성가족부의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신고율이 매우 낮다(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뿐, 무고와의 연관성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신고율이 낮다-무고는 피해자를 억압한다-그러므로 무고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증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논리적인 개연성도 입증하지 못한다. 오히려 또 다른 차별과 성별 갈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목적을 위해 과정의 정당성을 왜곡하는 일은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인정받기 어렵다.

셋째. 젠더 관점으로 보는 것은 어떤 사회를 위해서인가?

여성계는 가부장제의 구조적인 피해자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억압을 인식하고 해소하기 위해 사회의 모든 현상을 젠더 관점으로 다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젠더 관점으로 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여성의 투표권 인정, 육아휴직 제도화, 성적 자율성 침해 행위 발굴 등 이전에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근대 인권의 논리에 맞지 않는 권리침해 사안들을 발굴하고 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젠더 관점으로 본다는 것이 또 다른 특권층을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고정된 인식은 편견을 낳고, 편견이 일정한 집단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게 되면 오작동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법안은 여성은 피해자라는 큰 틀의 원칙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편향이 존재한다. 그 편향이 위험한 것은 특정 성별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용인하기 때문이다.

젠더 관점에 따라 형사 사건에서 특정한 권리를 갖는 존재를 만들고, 그것이 특정 성별에만 적용된다면 선천적인 요인만으로 특권을 부여받는 새로운 계급이 만들어지게 된다.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 동등한 법률적 지위를 보장받을 권리를, 특정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한하는 것은 근대의 보편적 인권 원리에 부합하는가?

어떤 권리를 제한하는 데 기준은 무엇이고,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가? 젠더 관점 적용이 규범주장으로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근대의 보편적인 인권 원리를 더 잘 구현하도록 기능해야 할 것이다. 젠더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 안에 이런 고민이 함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넷째, 무고는 무거운 범죄다

“충격으로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 사건 이후 몸무게도 38㎏으로 내려갈 정도로 심신이 극도로 쇠약한 상태다.”, “무고로 몰아가는 데 큰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만 자살하고 싶어졌습니다.”, “제 인생 1년이 그 뒤로 구렁텅이에 빠졌어요. 범죄 피해를 당하고 제가 죄인 처지가 되었어요. 돈도 없고 빽도 없어서일까요. 왜 하필 저인가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불면증이 왔어요. 곁에 아무도 없어요. 인간 말종, 인간 쓰레기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화학 약품이 가득한 가스실에서 살아가는 느낌이에요.”, “가슴에 압박이 와서 물리적으로 숨을 못 쉬었어요. 어쩌다 밖에 나가면 땅만 보고 벽에 붙어 다녀요. 자살 생각도 계속 해요.”, “가해자로 한 번 지목된 사람은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구나, 내 말을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구나… 광장에 끌려나와 돌을 맞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 뿐 아니라 내 가족들까지 같이 끌려나온 느낌…”, “수치스럽다는 게 가장 컸어요. 걸어가다가 갑자기 내 옷을 발가벗기고 찢어놓는 거 같았어요. 분노와 억울함이 가시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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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의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이다. 앞의 증언들은 여성, 뒤는 남성들의 것이다. 무고는 이처럼 성별을 막론하고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다. 영화 ‘더 헌트’는 여자아이의 작은 거짓말 때문에 아동성추행범이 된 남자의 고통을 보여준다. 공동체의 이물질이 된 후 친밀했던 이웃은 등을 돌리고, 공공연한 위협들이 이어진다. 혐의를 벗은 후에도 한번 찍힌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가 무고하다는 ‘사실’은,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편견 앞에 무력하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는 영화도 있다. 여학생에게 치한으로 몰린 한 남자가 자신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법정 다툼을 벌이는 이야기다. 피해 여성의 진술이 강력한 증거로 작용하는 법정에서 그의 방어 수단은 내가 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다. 하지만 그 사실은 법정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그는 결국 성범죄자가 된다.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남성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피해 여성의 특수한 감정만큼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 성범죄에는 ‘인간 쓰레기, 인간 말종, 더럽고 추한 짐승’과 같은 혐오스러운 비난이 따라붙는다. 혐의만으로도 낙인이 되며, 수치심과 회복하기 어려운 불명예를 안고 살아야 한다. 성범죄라는 특수성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여느 범죄와 다른 의미로 작용한다. 서두에 언급한 사례처럼 상대 여성의 무고행위가 밝혀져도 남성연예인들은 이전의 삶을 회복하기 어렵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무고 범죄는 계속 증가 중이다. 성범죄에서 무고의 비율은 다른 범죄보다 몇 배 높다고 한다. 이를 모두 악질적인 꼼수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고는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법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무거운 범죄다. 누가 가해자든 엄중한 책임은 똑같다.

한국의 사법체계와 정책은 여성계의 주장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법정에서 피해자의 증언만으로 유죄 인정이 가능한 것이 성범죄다. 재범률이 높은 다른 범죄자에게는 행하지 않는 신원공개, 전자발찌착용, 화학적 거세와 같은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처벌도 성범죄자한테는 적용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심문, 조사 절차의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고, 여성법조인들을 중심으로 사법부 내의 젠더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아직 부족하고 성에 안 찰 수는 있으나 이 변화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무고죄 예외 적용이 여론의 장에 던져졌다.

이번 개정안 발의를 접하면서 가치 지향이 다른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논의하면서도 공존을 위한 규범을 함께 작동하는 일이다. 규범의 전제는 ‘다름’이다. 특정한 가치만이 옳다고 특권화하면 이번 개정안처럼 타인을 법적으로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평화롭게 공존해야 할 동료시민과의 관계를 훼손하지는 않는지,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지, 충돌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우리의 행동 기준은 이 규범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선옥 작가는 사회 약자의 이야기를 담거나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르포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후원(신한은행 110-012-501838)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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