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최근까지 MBC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가치가 최소 수천 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지분 매각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한 계획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15일자 방송에서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인 김재경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해 7~8월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에게 매각 관련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폭로했다. 

방송에 출연한 김 의원은 김 이사장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면서 “(김 이사장이 정수장학회) 재단 운영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한 뒤 “(정수장학회가) MBC 재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MBC가) 재단에 주는, 기여도가 조금 적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정수장학회) 매각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다. 

JTBC가 방송에 앞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 의원은 “작년 여름 김 이사장이 찾아와 MBC 지분 매각 등과 관련해 도움을 청했다”며 “김 이사장이 MBC에서 주는 돈이 너무 적어 MBC 지분이라도 팔아서 수익금으로 장학금 규모를 늘리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첩보를 전해 듣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JTBC 측에 밝혔다.

▲ 정수장학회는 경향신문 사옥에 위치해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이사장이 MBC 지분 매각에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언론계에서 나왔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8월 김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미방위 인사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설의 신빙성은 높아진다. 아울러 MBC 지분 매각이 갖는 무게감에 비춰볼 때 청와대 실세들이 기획한 작품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012년 대선 직전에도 MBC 지분 30%과 부산일보 지분 100%를 매각하는 작업을 MBC와 정수장학회가 비밀리에 추진한 사실이 폭로돼 논란이 컸다. 결국 정수장학회와 MBC의 ‘밀실 협의’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4년이 흐른 지난해까지도 정수장학회 측이 여전히 지분 매각에 고심했다는 것이 JTBC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MBC 자산 가치를 1조에서 3조로 추산했을 때 지분 30%는 3000억 원에서 1조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MBC가 상암동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 있던 여의도 대지 5000평이 자산가치 변동 요인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MBC 지분 70% 소유) 고영주 이사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분 매각 문제를 두고 김 이사장과 만난 적은 없다”며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MBC 주식에 비해 반대급부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정수장학회 입장에서는 처분하고 싶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정수장학회 측에 MBC 지분 매각과 관련한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김 이사장이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 2012년 10월 고 김지태씨 부인 송혜영씨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는 김지태씨의 재산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정권 장물이다. 박정희 정권은 1962년 부정축재 혐의로 기업인 김지태씨를 구속한 뒤 석방의 대가로 부산일보, MBC, 부산MBC와 부일장학회 재산인 부산 서면 땅 10만여 평 등을 강제 헌납토록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씨 재산을 강탈해 만든 ‘5·16 장학회’는 이후 1982년 전두환 정권에서 박정희와 부인 육영수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로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12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수장학회 등 박정희 정권이 강탈한 유신 장물 환수 법안(군사정권 침해재산의 사회환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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