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오늘 청구될 듯… 미르·K재단 지원 뇌물죄 못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늦어도 15일까지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했던 특검은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영장 청구의 중대성과 파장,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 등 모든 사정을 충분히 검토 중”이라며 “16일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이틀에 불과해 예상 시간보다 약간 늦어진 것”이라며 “영장 청구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일보 16일자 3면.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특검팀은 삼성 관계자들의 진술 및 증거자료 분석을 끝내고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로 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영장에 적시할 혐의의 범위를 두고 고민 중이다.

한국일보는 “특검팀은 지난 11일 이 부회장 소환을 통보하면서 뇌물 공여 혐의를 적시했으며,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이끌어준 대가로 삼성 측 자금이 최순실씨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즉, 이 부회장이 준 뇌물을 받은 박 대통령 또는 최씨 측의 혐의를 염두에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특검은 삼성이 최씨 일가를 지원한 세 가지 방식 중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한 부분은 뇌물죄를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사실상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로 지원한 부분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특검팀이 고민하는 대목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삼성 측이 낸 출연금 204억원 부분”이라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강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고 뇌물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재단 출연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면 두 재단에 출연한 50여개 대기업 총수도 같은 혐의로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대폭 늘어나 부담감이 크다는 점에서 특검팀이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16일자 2면.
삼성 ‘피해자’ 입장 대변하는 조선·동아

한편 특검 수사팀은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2015년 7월 10일) 이후 합병이 성사되기 전(2015년 7월 17일) 최씨가 독일의 한 승마장과 1년 치 이용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가 삼성의 지원을 미리 알고 계약부터 맺은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박 대통령 측과 삼성 모두 ‘삼성 합병과 최씨 지원은 무관하다’며 부인하고 있고, 당시 삼성 합병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우세했던 터라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며 “사내 변호사만 300여 명에 이르는 삼성 법률팀을 고려해 탄탄한 법리 구성을 위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특검의 고민”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특검이 이 부회장 영장 청구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을 들어 ‘구속할 이유가 없다’거나 ‘박 대통령 조사가 먼저다’는 등 삼성 측 입장을 법조계 의견으로 포장해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특검팀 입장에선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느냐 마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라며 “법조계에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없는 연매출 270조원(2015년 기준) 규모의 글로벌 기업 총수를 굳이 구속해야 할 이유가 뭐냐’는 의견도 많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법조계에선 특검이 ‘뇌물 수수자’로 보는 주범 격인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정치·사회·경제적 영향력과 권한, 지위를 감안했을 때 특검은 가장 책임이 큰 박 대통령부터 조사한 뒤 이 부회장의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뇌물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무거운 ‘받은 쪽’을 조사도 안 하고 형량이 가벼운 ‘준 쪽’부터 처벌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직권 남용으로 삼성이 최 씨 모녀를 지원했는데 직권 남용 피해자를 뇌물 공여자로 볼 수 있는지 확립된 판례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검찰 내부 의견이라지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삼성 측 입장을 대변하는 논리다.

한겨레 16일자 사설.
한겨레는 “‘피해자’라는 태도로는 삼성의 앞날도 어둡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총수 체제 삼성의 의사 결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부회장에게 잘못이 있어도 덮어줘야 할 이유는 못 된다”며 “구속 여부는 특검과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피해자’ 주장은 국민의 반감을 키우고 형사처벌의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지난날 잘못된 일에 어떻게 책임을 질지, 한국 최대의 대기업집단의 경영을 어떻게 개혁해 신뢰를 회복할지 궁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먼저 잘못된 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 “CJ 좌파성향 바꿔라”, CJ는 수차례 이재현 사면 청탁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 말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독대해 “CJ의 영화·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방향을 바꾸라”고 직접 요구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이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 방향을 바꾸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 의혹을 받는 박 대통령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업체를 운영하는 CJ에 이재현 회장의 사면 문제와 주력사 세무조사 등 정치·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생산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16일자 1면.
한겨레 보도에 따르며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안가로 손 회장을 불러 독대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를 주고받은 직후부터 “CJ가 좌파 성향을 보인다. CJ가 영화를 잘 만드는데, 방향을 바꾼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정권 비판적인 콘텐츠 생산을 중단하고 우호적인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이날 다른 주제에 대한 얘기 없이 CJ의 정치 편향성만 집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 중에 편향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제가 이번에 모두 정리했다. 앞으로는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손 회장은 독대 뒤 이채욱 부회장에게 대통령 면담 내용을 전하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하면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CJ는 이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주의’ 논란을 일으킨 영화들을 잇달아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월 <국제시장>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외조카 이재현 회장의 재상고 포기 이유에 대해 “재상고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하더라. 사면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 같아서 재상고를 포기했다. 모험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관련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CJ가 이 회장 특별사면을 위해 ‘모험’ 대신 ‘청탁’을 택한 정황을 확인하고 ‘사면 거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15일 특검팀이 확보한 안종범(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015년 12월27일치 업무수첩에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은 그해 12월1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였다.

손 회장은 2015년 1월 씨제이가 투자·배급한 영화 <국제시장>을 함께 관람한 박 대통령에게 ‘선처’를 부탁했고, 그해 2월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센터’ 개소식 때도 “이 회장이 풀려나야 사업이 잘 돌아갈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과 6월에도 대통령을 만나 이 회장이 빨리 선처받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재상고를 취하하고 다음 달인 8월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CJ가 재상고를 포기한 것을 두고 형이 확정돼야만 특별사면 대상이 되기 때문에 청와대 교감 아래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재상고를 취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기춘의 낯 뜨거운 ‘박(朴)비어천가’ 회고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일가와의 인연에 대해 “운명으로 얽혀 있다”고 회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2009년 10월 발간된 521쪽 분량의 김 전 실장의 미공개 회고록 ‘오늘도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을 단독 입수했다.

74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파견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보좌하게 된 김 전 실장은 80~90년대 박근혜 대통령, 박지만 EG 회장 등과의 인연도 언급하면서 “이와 같이 나는 박정희 대통령 일가와는 운명적인 인연으로 얽혀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16일자 2면.
그는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사심 없이 나라와 겨레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진정한 애국적 정치지도자라고 확신한다. 그 분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적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해선 “당 대표로 모셔 보니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원칙과 판단력,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자애로움을 겸비해 훌륭한 정치 지도자로 성장했음을 실감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당 대표 시절) 중요한 당무에 대해서 의견을 묻는 등 나를 신뢰하고 아껴줬다”며 “젊은 시절 부모를 충격적으로 여의고 오랫동안 마음 수양을 거듭하고 독서를 많이 한 결과 내공이 쌓였다”고도 말했다.

다만 이 책에는 최순실씨와 그의 부친 최태민(1994년 사망)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청와대 2인자’로 군림했던 시기에 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어떻게 버젓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를 유추해 보는 데 도움을 주는 단서는 적지 않다”며 “군사정부 시절 국가의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고 노골적인 반공의식, 편협한 정치적 시각도 여과 없이 표출돼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우리 역사상 그 분만큼, 오로지 민족중흥에 대한 일념만으로 사심 없이 애국 애족하며 자기를 희생한 지도자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우면서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북적·좌파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두 대통령의 집권시기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 헌법이념이 제대로 구현되는 올바른 자유민주정부를 세우려고 열심히 투쟁했다”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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