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던 김기철씨(31)는 지난 14일 새벽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2006년 11월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 화성공장 15라인에서 근무한 노동자다.

반올림에 따르면, 15라인은 수백 종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곳이다. 

김씨는 이곳에서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반올림은 “이들 설비는 15라인 곳곳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고인은 웨이퍼 가공 공정에 속하는 세부 공정 사이를 수시로 이동해야 했다”며 “특히 설비 정비를 위해 오래 머무는 곳 주변에 전리방사선이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온주입 공정과 벤젠 등 발암물질이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포토 공정이 있었다. 작업환경측정자료에 따르면 설비 세척용제로 메탄올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던 김기철씨(31)는 지난 14일 새벽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사진=반올림 제공
김씨는 입사 전 건강했고 백혈병 관련 병력이나 가족력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2년 9월 혈액 이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한 달 뒤인 10월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했지만 “유해물질 노출량이 특별히 높다는 증거가 없다”는 산재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는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2년간 지리멸렬한 ‘자료제출 공방’이 이어졌다.

김씨는 2015년 12월 삼성전자 보상위원회에 보상신청을 했다. 

반올림은 “가족들은 삼성이 일방적으로 정한 합의금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그 후 얼마되지 않아 고인의 백혈병이 재발돼 경제적 부담도 더 커졌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관련 사회적기구인 조정위원회가 권고한대로 독립된 공익법인이 운영하는 보상 절차가 아닌, 삼성이 사회적 약속을 파기하고 강행한 자체 보상절차가 낳은 피해 사례라는 것이다.

반올림이 파악한 삼성 반도체·LCD 직업병 피해자 가운데 김씨는 79번째 사망자다. 백혈병만 보면 32번째 사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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