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매일경제·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지를 중심으로 특검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검을 ‘나치 괴벨스’에 비유하는 등 삼성을 위한 여론전이 점입가경이다.

한국경제신문은 14일 사설 제목을 “88올림픽, 월드컵, 평창, 그 많은 금메달… 모두 뇌물인가”라고 뽑았다. 사설 핵심은 “대기업이야말로 정부의 공갈·강요·협박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88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평창동계올림픽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대기업들은 ‘나라를 위해’ 메가 이벤트에 협조하라는 정부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고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경제신문 14일자 사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삼성의 승마 지원이 정말로 대가를 바란 뇌물이란 말인가”라며 “갑의 위치에 있는 정부가 을인 기업인과 나눈 대화 가운데 한 대목을 잘라 이를 유죄 증거라고 삼는 것은 온당한 것인가.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나치 괴벨스의 생각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난했다.

한국경제는 “더구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때문에 구속하겠다면 더욱 말이 안 된다”며 “삼성을 3차례나 압수수색했는데도 여전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미 출국금지 상태인 데다 검찰, 특검, 국회 조사에 성실히 응해온 이 부회장의 도주 가능성은 더 웃기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기업 활동에 막강한 규제권을 가진 정부가 대기업에 협조를 구해온것도 관행”이라며 “이 정부 들어서만도 전국 18개 도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면서 16개 대기업에 각 센터를 맡도록 요청했다. 승마협회를 비롯해 수많은 스포츠 협회도 같은 논리로 대기업이 맡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대표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따온 그 많은 메달도 뇌물죄의 고리에 불과했나”라며 “마치 승마 지원이 하늘에서 떨어진 사건이라도 되는 듯 총수를 구속해서라도 엄벌하겠다는 특검이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졌느냐”라고 비판했다.

이 사설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삼성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기 위해 최씨 측에 수백억 원을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매일경제 역시 같은 날 사설에서 “걱정되는 일은 특검팀이 사명감이나 의욕에 넘쳐 교각살우의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라며 “공개 소환이나 구속 수사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영업을 방해한 뒤 나중에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그사이 초래된 국가경제적 손실은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영업실적을 잠정 발표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라며 “갤럭시 노트7 단종사태에 이어 미국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 등이 언제 어떤 충격을 가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재벌 총수를 구속하면 안 그래도 어려운 한국 경제가 더욱 악화된다는 논리다.

▲ 매일경제 14일자 사설.

국정을 농단한 최씨의 든든한 물주가 재벌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어느 때보다 재벌에 대한 엄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주저해선 안 된다”며 “법 앞에 특권이 있어선 안 된다는 당연한 상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기 대변인은 “특권을 이용한 범죄 행위가 다시는 발을 못 붙이도록 대못을 박아야 한다”며 “(재벌 총수에 대한 엄단이) 새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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