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청년 박종철이 세상을 뜬 지 30주기를 맞았다. 30년 전 박종철이 살아있었다면 오늘 이곳에 그 자녀와 함께, (세월호) 아이들이 돌아왔다면 오늘 여기에 그 부모님과 함께 있었을 것이다”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영상 중)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14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12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는 오후6시30분 기준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14일 열린 이날 촛불집회를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재벌은 정권의 협박을 받은 피해자라 주장하지만 최순실에게 돈을 주고 경영권 승계 등을 대가로 받은 범죄집단”이라는 취지다. 

이날 본 집회는 오후 5시30분께 정원스님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정원스님은 지난 7일 오후 10시30분께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 집회가 끝난 직후 광화문 광장에서 분신했다. 정원스님은 분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9일 오후 세상과 등졌다. 

▲ 14일 서울 용산에서 한 시민이 민주화항쟁 기념관을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촛불집회는 박종철 열사의 30주기와 맞물려 의미를 더했다. 함세웅 신부는 “30년 전 국가폭력에 의해 숨진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 오늘 우리를 광장의 시민혁명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광화문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행사에서 고인의 형인 박종부씨는 “가끔 꿈 속에서 종철이를 만난다. 23살 종철이를 본 그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매우 좋다”면서 “이제 곧 저는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공작정치는 민주공화국 근간을 흔들고 사회를 좀먹는다. 학생 박종철을 죽였던 공작정치,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며 “40년 전의 공작정치 책임자, 지금의 공작정치 책임자 김기춘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대회에 앞서 마련된 자유발언대에는 유성기업 노동자와 해직언론인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성기업 노동자는 현대자동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바친 128억 원을 언급하며 “공짜로 준 돈이 아니다. 입금 이후 박 대통령은 노동개악을 추진했다”고 재벌도 국정농단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모습. ⓒ연합뉴스
2008년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YTN에서 해직된 현덕수 뉴스타파 기자는 “이명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언론자유를 짓밟았다. 물론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해직 언론인들 뿐 아니라 각종 징계에 시달리면서 취재와 제작의 현장에서 내쫓기는 언론인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2012년 MBC에서 아무 이유없이 해고된 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MBC에 나쁜 언론인들도 많지만 여전히 MBC 사옥 1층에서는 훌륭한 기자와 PD들이 지금도 피켓을 들고 농성을 하고 있다”고 전한 뒤 “특히 그 옆 스케이트장에서 진짜 피디와 기자들이 스케이트장 관리를 하고 있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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