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MBC 안광한 사장을 여러 차례 만나 우호적인 기사를 요구했다는 보도 이후 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MBC 안광한 사장이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와 접촉했다는 설이 보도됐다”며 “내가 YTN의 최순실 관련설에 대해서도 말한 적 있고 이 문제를 국정조사 특위에서 다루기로 했는데 완강한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조 특위에서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언론이 바로 서지 못하고 정권에 장악돼있던 상황들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후퇴시켰는가. 특히 정윤회·최순실과 접촉해서 부역자 노릇을 한 언론계의 간부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이 점에 대해서 특검이 수사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상암문화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비선실세와 공영방송을 농단한 안광한 MBC 사장의 구속과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정윤회의 아들 정우식씨가 드라마 출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지만, 안광한 사장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의 전직 보좌관으로, 공식 직함도 없는 비선라인이 MBC의 보도 부문부터 드라마 부문까지 장악하고 조정했다면, 이것이야말로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안 사장은 ‘터무니없는 허위보도이고 음해’라고 우기지 말고, MBC가 바닥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을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며 “KBS와 MBC를 ‘청와대 홍보실’쯤으로 여기며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를 무너뜨린 책임자들을 준엄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에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와 비선실세의 방송 장악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를 요청했다.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TV조선과 미디어오늘 기사를 지난달 20일 정윤회씨 아들 드라마 출연 특혜 의혹 관련 특검 수사 의뢰 사건에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 11일 TV조선 ‘뉴스 판’ 리포트 갈무리.
앞서 TV조선은 11일자 ‘뉴스 판’에서 “정윤회씨가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여성 김아무개씨와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을 자주 찾았고, 정씨가 이 여성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 모 방송사 사장도 동석했다고 한다”며 “정씨는 보도 협조를 이 사장에게 요청했다는데 비선 홍보수석 같은 역할을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이 해당 방송사 사장이 누구인지 복수의 TV조선·MBC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정윤회씨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사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 정윤회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MBC공대위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상암문화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희대의 방송 농단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민간인 비선실세와 공영방송 사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용납될 수 없을뿐더러 청와대 협조 등을 운운하고 특혜를 약속했다면 이는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침해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정윤회 아들 드라마 출연 특혜 건과 관련해 MBC 자회사 모 임원이 정윤회와 자주 골프를 쳤다고 말했다”며 “MBC는 비선실세들과 상상 못 할 만큼 촘촘히 얽혀 있었다. 그 관계 때문에 MBC 뉴스가 망가졌고 MBC 기자들은 바른말을 했단 이유로 쫓겨나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처참한 지경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출석 안 했던 안 사장이 이 시기 정윤회를 안 만났다면 특검과 청문회에 나와 증명하면 된다”며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탠데 공범과 부역자들은 아직 공영방송사에서 자기 역할을 한다. 안 사장도 공영방송을 통해 저지른 각종 해악에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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