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모음.

경향신문 <삼성 이재용 ‘뇌물죄’ 금명 구속영장>
국민일보 <반기문 돕기 위해 제프리 삭스 온다>
동아일보 <이재용부터 부른 특검 다음 타깃은 SK-롯데>
서울신문 <‘국민통합’ 들고 온 반기문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
세계일보 <박 대통령 ‘뇌물수수’ 피의자로 곧 입건>
조선일보 <270兆, 기업 삼성 ‘뇌물죄’ 앞에 서다>
중앙일보 <“10억 엔 돌려줘라 사드배치는 지지” 여야 오간 반기문>
한겨레 <대선 링 오른 반기문 “분열된 나라 하나로 묶겠다”>
한국일보 <고개 숙인 이재용>

이재용과 반기문
이건희와 홍석현

13일자 종합일간지는 이재용과 반기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회 위증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뉴스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가를 위해 한 몸 불사를 용의가 있다”며 대선에 의지를 드러낸 것이 두 번째 뉴스다.

▲ 경향신문 13일자 1면.
다수의 언론들은 이날 1면에 이 부회장 사진을 크게 실거나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다. 경향신문은 “특검은 이 부회장을 일단 국회 위증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할 계획”이라며 1면의 절반가량은 이 부회장 소식에 썼다.

조선일보도 1면에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라며 상단 좌측에 크게 실었다. 언론들은 이 부회장이 특검 포토라인 앞에 선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 조선일보 13일자 1면.
주목할 언론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1면 상단 우측 작은 박스기사로 처리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들에게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자 종합일간지 1면 가운데 가장 적은 분량이다. 이 부회장의 해명만 담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다.

▲ 중앙일보 13일자 1면.
朴, “정유라 키워야” 김종에 지시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콕 찍어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박영수 특검이 확인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이 지시를 받은 김종(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김 전 차관으로부터 “2015년 1월9일 대통령이 김종덕 전 장관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정유라 같은 승마선수를 키워줘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진술을 특검팀은 확보했다.

▲ 한겨레 13일자 1면.
한겨레는 “그 직후 김 전 차관은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과 박 사장을 소개받고 3~4개월에 한번씩 만나 정씨 지원을 논의했던 사실도 파악했다”며 “특검팀은 늦춰 잡아도 2015년 초에는 이미 삼성 쪽이 정씨의 존재를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도 최소 삼성 합병 전에 정씨의 존재를 보고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재용 구속되면, 박근혜 탄핵된다

삼성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수백억 원을 지원했다. 삼성 측은 ‘정유라를 지원하라’는 박 대통령의 강한 압박을 못 이겨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가성은 없었고 피해자라는 것이다.

반면, 특검은 삼성이 최씨 측에 200억 원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경향신문은 “특검이 물적 증거와 관계자들 진술로 자금의 대가성을 입증한다면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뇌물’, 입증하지 못하면 ‘공갈’이 되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영장 청구의 핵심 사유인 ‘뇌물공여’를 법원이 인정하는 셈이다. 수뢰자인 박 대통령의 파면사유가 명확해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 경향신문 13일자 5면.
매일경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특검에서 피의자로 밤샘 조사를 받자 삼성그룹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며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경영진 사법처리에 대해 삼성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만의 문제 아닌데” 경제지들, 분노하다

경제지들은 펄펄 끓고 있다. 특검을 비난하고 삼성을 대변한다.

먼저 제목만 보자. 매일경제 1면 제목은 “이재용 ‘합병지원 요청 안해’ 최순실지원 대가성 전면부인”, 4면 제목은 “특검, 이재용에 포괄뇌물죄 무게… 법적용 적합성 논란”, “특검, 이재용 고강도 밤샘조사”, “삼성 ‘최악의 상황’” 등이었다.

한국경제 1면 제목은 “‘대통령 말 따른 罪’… 칼날 위에 선 삼성”, 2면 제목은 “삼성 ‘대통령한테 혼난 뒤 최순실 지원… 그전에 끝난 합병과는 무관’”, “‘세계는 자국기업 氣살리기 경쟁 한국, 응원은커녕 범죄집단 취급’”, 3면 제목은 “朴특검과 차 한잔 없이 밤샘조사… 뇌물죄에 배임․횡령까지 걸어 압박”, “툭하면 긴급체포 ‘불도저 특검’ 줄줄이 구속영장 발부 ‘관대한 법원’” 등이다.

▲ 한국경제신문 13일자 3면.
종합해보면 “뚜렷한 물증도 없는데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 것 자체가 오버한 것”이라며 삼성을 두둔하거나 “법정형이 보다 높은 뇌물 혐의를 주로 검토하면서 횡령·배임 혐의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특검팀의 수사를 도마 위에 올리고, “특검 조사가 시작된 이후 국내 기업인은 줄줄이 출국금지 조치되면서 아무도 트럼프 당선자와 면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는 “중량급 인물이 소환되면 특검과 차 한잔하는 통상의 절차도 생략됐다”며 “이 부회장은 이날 도시락과 짜장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점심은 6000원 정도의 도시락을, 저녁은 짜장면을 먹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설에선 보다 노골적이었다. 한국경제는 “기업들은 모든 정권에서 그랬듯이 사업에 협조해달라는 청와대와 관련 부처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뿐”이라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경유착이라고 몰아붙이지만 이는 삼성만의 문제도 아니요,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하나의 관행이다. 우리가 아는 올림픽과 국제행사들이 모두 그렇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 한국경제신문 13일자 사설.
이어 “특검이 대통령과 독대한 기업과 기업인들을 모두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을 위해 기업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든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며 “지금 공권력은 이미 정치의 시녀요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 같다. 대중의 분노가 폭발한 상황에서 국가가 이를 조용히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앞장서서 무차별한 집행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도 “한국은 정권이 기세등등할 때는 각종 준조세로 기업의 팔을 비틀고, 정권 말기가 되면 이를 정경유착으로 몰아 기업을 욕보이는 사회”라며 “그래서 ‘한국에서 기업하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썼다.

반기문과 기내 인터뷰한 언론들
노동계에 적대적 시각 드러내

13일자 종합일간지에서 주목할 만한 건 반 전 총장과 인터뷰한 언론들이다. 

조선일보 김덕한 특파원은 뉴욕발 서울행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반 전 총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앙일보 이상렬 특파원과 매일경제 황인혁 뉴욕특파원도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쓴소리할 기회는 없었냐’는 조선일보 특파원 질문에 “예를 들어 ‘불통이다’ 라는 얘길 듣고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1년에 한두 번 만나면서 그런 얘기 하기가 참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못 산다. 이게 시대정신이자 정의”라며 “대통합의 수단은 대타협이다. 특권계층이 이 사회에 너무 많다. 심지어 노동계에도 특권층이 있다. 자기주장만 계속 해대고 거리를 뛰쳐나와 어거지 쓰면 대타협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매일경제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도 ‘대통합’과 관련해 “사회 원로나 각계 대표를 모아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고위급 협의체를 만들고 국회의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해 머리를 맞대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귀족 노동자 문제와 노동개혁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고 발언했다. ‘귀족 노동자’ ‘어거지’ 등의 어휘에서 노동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 조선일보 13일자 5면.
본인이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 결정에 평가를 한 것에 대해선 “위안부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용기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거라 한 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일간 그렇게 오랫동안 현안이 됐던 문제를 합의에 이뤘다는 것을 환영한 것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뭐가 잘됐는지 얘기한 건 아니다. (중략) 만약에 (위로금) 10억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건 잘못된 거다”라고 말했다.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에 대해선 “어떤 검증이라도 받겠지만 인격살인 식으로 하는 건 곤란하다”며 “정책으로 대결 안 하고 남 약점 캐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두 사람은 부자지간)가 뉴욕 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사실 아들도 따로 살면 뭐하는지 잘 모르는데 조카랑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하는데 전혀 그 친구가 무슨 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향에 대해 “나는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라며 “유엔에서 성소수자와 장애인·여성의 권리를 적극 옹호했다. 각국에 사형을 유예하도록 권장하는 유엔의 결정도 내 임기 때 이뤄졌다. 저는 진보와 보수를 다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재벌의 영향이 너무 크다”며 “거기서 계층간 갈등이 생긴다. 하청업체에서 (대기업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60%의 임금을 받으면 그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사회”라고 발언했다.

▲ 중앙일보 13일자 5면.
언론사 사설들 반 평가는?

언론 사설의 평가는 ‘물음표’로 요약될 수 있다. 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10년간 먼발치에서 한국을 봤을 뿐 우리 사회 내부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현실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며 “국내외의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정치적 감각과 역량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혹독한 검증대를 통과해야 국민 앞에 떳떳이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을 겨냥해 “대한민국은 지금 검증이 잘못된 대통령으로 인해 국정 마비에 가까운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의혹에 대한 해소를 요구했다.

이어 “그가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 서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며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반의 사람들’ 면면을 봐도 외교관 출신과 친이(친이명박)계들이 대다수여서 그가 얘기하는 화합과 통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의 앞길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반 전 총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내내 권력이 자행해온 갈등과 분열 조장에 침묵했다”며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권력의 횡포로 나라가 갈기갈기 찢겼을 때 보인 태도를 되돌아보면 통합 주장의 허구성이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말한 ‘약자의 인권 대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권 눈치 보기로 일관하던 그가 통합과 화해를 주장하는 모습이 씁쓸하기만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 경향신문 13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무엇보다 향후 5개월 안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짧은 기간에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투표장에서까지 ‘깜깜이 선거’를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외교안보 문제를 짚었다. “반 전 총장에게 먼저 듣고 싶었던 것은 미증유의 외교안보 위기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비전”이라며 “원론적인 수사는 세계 최고위 외교관인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에게 기대했던 말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켜보겠다는 투다. 조선일보는 “반 전 총장의 성공 여부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정치 교체를 구호가 아니라 그의 말대로 ‘온몸을 불사르는’ 의지로 성공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시간은 많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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