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기 전 5시간 전부터 공항 로비는 북적였다. 반기문 전 총장이 인천국제공항 게이트를 나와 지지자들 앞에 서자 반기문을 외치는 연호로 인천국제공항이 가득찼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12일 오후 5시30분 경 인천국제공항 게이트를 통과해 모습을 드러냈다. 약 천여명의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꽃목걸이를 건네받아 목에 건 그는 옆에 있던 한복을 입은 한 어린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는 손을 흔들었다. 또 한번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그가 입국 직후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고맙습니다”였다.

입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권력의지’를 표출했다. 유력 대권주자 2위라는 점을 인식한듯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손에는 원고를 쥐고 있었지만 지지자들을 응시하며 단호한 어조를 유지했다. 말이 끝날 때마다 지지자들로부터 ‘반기문’이라는 연호와 함께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도 쏟아졌다. 한 지지자는 반 전 총장의 말이 끝나자 “아멘”이라고 말했다.

게이트 통행로에는 플래카드가 10여개가 나붙었다. ‘통합의 새출발, 국민통합의 시대로’, ‘수고하셨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등이 써있었다. 이외에도 ‘포용의 리더십’, ‘리더십 체인지’ 등의 손팻말을 들고 반기문을 외치는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반기문 이라고 적힌 파란 풍선을 든 대학생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지만, 지지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다.

당초 반기문 전 총장 측은 E게이트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인천국제공항 측에서는 인파가 붐비고 사전에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F게이트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인천국제공항 측도 반 전 총장이 F게이트로 들어올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이 입국할 게이트가 바뀌자 급하게 반기문 전 총장 측 환영행사 준비위원회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이 자리를 옮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급히 환영행사 장소가 옮겨진 상황에서 프레스라인이 불분명해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들과 취재진 간 취재 가능선을 두고 작은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취재기자들이 반기문 전 총장이 입국 직후 입장을 발표할 단상 앞으로 몰려들자 카메라기자들이 화면을 가린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을 맞이하려는 지지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다만 급하게 준비한 만큼 반기문 전 총장 지지자 40여개의 단체 간 조율되지 않은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행사를 ‘공식적으로 담당’한다는 주최 측은 “질서를 유지해달라”고 반복적으로 외쳤지만 반 전 총장을 보겠다며 게이트 바로 앞까지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현장은 혼잡해졌다. 반 전 총장 귀국 환영행사를 ‘공식’으로 주최했다는 모임의 고문은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이며, 박상규 전 의원과 박진 전 의원도 이에 참여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한 지지자가 반 전 총장을 환영하는 태극기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벽에 붙이려하자, 또 다른 지지자가 “폼도 안나고 이게 뭐냐”며 떼려는 모습도 보였다. 입국 직후 반 전 총장에 꽃목걸이를 건네주려는 사람들이 정해지자, 일부 지지자들이 ‘자기도 주겠다’며 모여들었다. 주최 측은 “화동도 정해진 사람만 할 수 있지 국민 모두 할 수 없다. 질서 유지를 위해 나가달라”고 반복해 얘기했다.

두 명의 기자의 질문만 받은 기자회견 직후 반 전 총장은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 직행열차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서울역을 거쳐 자택인 서울 사당동으로 향할 예정이다. 지지자들 역시 함께 우르르 발걸음을 옮겼다. 반 전 총장은 공항철도 탑승구로 이동하면서 슈퍼에 들러 물 한 병을 샀으며, 시민들과 여유있게 악수하며 약 30여분 간 인사를 주고 받았다.

반 전 총장이 서울역을 향하는 직행열차를 타러가는 중 입국 직후부터 따라온 지지자와 경호원 간 대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직행열차를 타러 들어갔는데, 함께 따라가려는 지지자들을 경호원들이 막아선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가로막은 경호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한 지지자는 “아까 합의한 게 있지 않냐,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 나오라 그래”라며 소리쳤다.

반 전 총장은 이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도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겠다고 늘 말씀드렸다. 내일부터 그 기회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없는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13일부터 반 전 총장은 국립현충원을 찾을 예정이며 고향인 충북 음성을 찾은 뒤 전남 진도군 팽목항과 봉하마을을 차례로 방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