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정경유착 몸통 엄벌’과 ‘살아있는 권력 정조준’을 박영수 특검의 과제로 제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뇌물 관계의 본질을 끝까지 파헤치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처벌하라는 요구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특검이 가동된 지 23일이 지난 12일 오후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수사에 대한 중간 평가를 진행했다. 이들은 “정경유착의 몸통, 이재용을 구속하라”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섰다.

▲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특검이 가동된 지 23일이 지난 12일 오후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 앞에서 “정경유착의 몸통, 이재용을 구속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중간 평가 요지는 크게 5가지다. △뇌물공여 혐의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 구속 △현대자동차그룹 수사 △‘현역실세’ 김기춘·우병우 강제 수사 △박근혜 대통령 및 청와대 강제 수사 △미르·K스포츠재단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 연루자 일체 엄벌 등이다. 모두 현재 특검 수사가 다루고 있지 않는 부분이다.

가장 방점을 찍은 사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었다. 특검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삼성물산 합병안 찬성과 삼성이 최씨에게 준 78억원 금전적 지원 간 대가 관계를 입증해 이날 이재용 부회장을 전격 피의자로 소환했다.

중간 평가 발표를 맡은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삼성 뇌물죄의 핵심은 삼성 그룹 총수가 범죄에 관련됐냐 여부고, 관련돼있다면 그 신병처리에 핵심이 있다”면서 “왜냐면 총수가 구속되지 않고 또다시 부하 직원들이 구속되는 사태 벌어지면 총수 일가에 대한 면죄부 주는 것이기에 법 앞의 평등이라고 하는 법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속수사 등 엄단을 보여줘야 정경유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화 법률팀 변호사는 △삼성이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 실마리를 마련한 것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경영승계에 이용해 죄질이 나쁜 점 △뇌물 공여 액수가 470여 억원으로 상당한 점 △2007년 비자금 사태 당시 삼성은 증거를 인멸한 점 △이재용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점 등을 이 부회장 구속 수사의 이유로 들었다.

법률팀 일원인 김상은 변호사는 “현 특검이 이전 특검과 다른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재벌에 대해서 뇌물죄로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는지”라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현수막을 들고 이 부회장의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현대자동차는 삼성 204억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28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 현대자동차는 대통령에게 제조업 파견근로 확대, 신사옥 부지 매각 도움 등 민원을 제기한 문건이 확인된 바 있다.

권 법률팀장은 “특검이 묘하게도 현대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제대로 된 뇌물수사를 하려면 현대자동차를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그것이 재벌 실체를 밝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드러난 정경유착의 뿌리를 파헤치는 것도 특검의 과제라는 지적이다. 지금이 아니면 처벌 및 수사 기회가 다시 오기 힘들거라는 점에서다. 권 법률팀장은 “재단 출연금이 뇌물인지 아닌지 특검이 뚜렷하게 얘기를 안하고 있다”면서 “실제 뇌물의 몸통은 재단 출연금이다. 이를 뇌물죄 범위에 포함시켜야만 수사가 대기업과 정권 사이 정경유착 실체를 밝혀낼 수 있다. 뇌물죄 곁가지만 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퇴진행동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강제수사도 제외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을 비롯한 청와대 정치공작을 주도한 실세라는 지적이다. 권 법률팀장은 “특검팀들이 (대부분) 검찰이라 지금 우려가 나온다. 김기춘과 우병우의 정치공작에 대한 수사계획과 의지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뿌리뽑고 정의의 칼을 뽑아 개혁하려면 이들에 대한 수사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수 특검이 ‘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하며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배제하지 않은 가운데, 퇴진행동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조속한 강제수사도 요구했다. 권 법률팀장은 “성역없는 수사라는 말은 최고 권력자에 대한 공정 수사 기능을 할 때 어울린다”며 “말만 나오면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박근혜 대통령 및 청와대에 대한 강제수사를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소환조사를 앞둔 상황이다. 정부비판적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과 집행을 주도한 꼬리가 잡혔기 때문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련한 소화조사가 이뤄졌냐는 물음에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수사기록 검토 등은 진행하고 있다”면서 “수사 우선순위 문제 때문이지 수사 의지가 없는게 아니다. 향후 수사 이루어질 것”이라 답했다.

끝으로 퇴진행동은 ”특검은 신속하고 정교하게 수사를 진행해왔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은 만큼, 국민들의 특검에 대한 기대와 신뢰 또한 높다“며 지난 23일 간 특검의 노력을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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