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선 가운데, 언론계에선 그의 언론관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MB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반기문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동관 전 수석은 MB정부에서 KBS·MBC 공영방송이 망가지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인사로 꼽힌다.

그는 2008년 MB정부 낙하산 사장에 맞섰던 YTN 기자들이 해직 당한 것과 관련해 그해 10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YTN은 정상화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이 전 수석은 “YTN 사장을 선출할 때 회사를 대표하는 주주만 참석한 것이 아니고 노조도 사장추천위원회에 참석했다”며 “일방적 낙하산이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날치기 주주총회 통과’ 논란을 부른 MB 선거 캠프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던 것이다.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이동관 페이스북
광우병 파동 당시 MBC에 대해서도 이 전 수석과 MB정부는 적대적 태도를 취했다. 이 전 수석은 2008년 광우병 보도를 했던 MBC ‘PD수첩’을 음주운전에 비유하며 힐난했다.

그는 이듬해 6월 브리핑을 통해 “PD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 많다”며 “이른바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 진실을 압도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 아니다. 심하게 비유하면 음주 운전하는 사람에게 차를 맡긴 것이나 같은 것이다. 그것은 사회의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비난했다.

무엇보다 이 전 수석은 MBC 관리·감독기구이자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뉴라이트’ 인사로 채워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여당 추천 김광동 방문진 이사는 기자에게 이동관 전 수석 추천으로 방문진에 오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 전문가가 아니었던 김 이사는 2009년 8월부터 8년째 이사로 활동하며 MBC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반 전 총장 역시 구시대적 언론관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반 전 총장은 “한국은 지평선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제 기준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 “세계 속 한국은 레벨이 훨씬 더 낮다. 그런 면에서 언론의 역할, 국민을 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계도’라는 표현을 쓰며 국민의 수준을 낮춰보고, 언론을 도구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12일 “반기문 캠프에 MB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동관씨가 합류했다고 한다”며 “2008년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해서 이 분이 어떤 능력을 가진 분인지 잘 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임기가 멀쩡히 남은 공영방송 사장을 갖가지 기묘한 수단을 동원해 자른 뒤 MB맨들을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하고 PD수첩 제작진을 체포해 기소하는 등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언론장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선구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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