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바른정당’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해 기대를 모았지만 하루 만에 유보적 입장을 나타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회가 4당 체제로 개편되며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바른정당에 대해 “새누리당과 다를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오기현 한국PD연합회장, 류지열 KBS PD협회장, 김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등은 주 원내대표를 방문해 방송관계법 처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여야 추천 이사를) 7대 6으로 하는 건 기존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여야’가 들어가는 즉시 정치이슈가 된다”며 “3분의 2 조항(공영방송 사장 선임시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은 극단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어느 한편도 원하는 사람을 뽑지 못하며 책임 경영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외국 사례도 살펴보고 학계 의견도 더 들어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개혁보수’를 자처했지만 공영방송 문제와 관련해선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연합뉴스
바른정당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유 의원이 오는 25일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만큼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유 의원은 2012년 KBS·MBC·YTN 노동조합 연대파업 당시 “공정보도를 위한 기자·PD들의 염원이 표출된 것”이라며 파업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유 의원은 당시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현행 KBS·MBC 사장 선임 방식으로는 이같은 투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KBS 김인규와 MBC 김재철 사장 퇴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 방송사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상대후보였던 이주영 의원이 “방송사 노조 파업을 지지해 새누리당 총선후보를 어렵게 했다”고 공격하자 “불법 파업에 대해 찬성한 적은 없다. 정치적 입장도 아니었고 노조의 입장을 지지한 적도 없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2년 파업에 공감했던 입장에선 한 발 물러난 발언이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함구하고 있다. 대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문 전 대표는 사드를 반대하고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말씀을 했다. 한·미 관계,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국민들은) 불안해한다”고 발언해 ‘철 지난 색깔론’을 꺼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 출마를 앞두고 유 의원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언론계에서 나온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바른정당은 ‘언론장악방지법’을 정치 이슈라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 한다.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며 “유 의원은 개혁이라는 이름을 빌려 잠시 국민을 속이려 했던 것인지 대선주자로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자신이 그동안 내세웠던 소신이 유지되고 있는지 아니면 KBS, MBC 등 공영방송을 이대로 두는 것이 대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대권 주자로서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 뒤 “1000만 촛불의 민심은 언론 개혁, 공정 언론에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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