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한 방송사 사장을 여러 차례 만났고, 우호적인 보도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등장해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TV조선은 11일자 ‘뉴스 판’에서 “정윤회씨가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여성 김아무개씨와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을 자주 찾았고, 정씨가 이 여성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 모 방송사 사장도 동석했다고 한다”며 “정씨는 보도 협조를 이 사장에게 요청했다는데 비선 홍보수석 같은 역할을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이 익명으로 가려진 한 방송사 사장의 실명을 복수의 TV조선·MBC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정윤회씨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사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광한 사장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TV조선 기자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11일 TV조선 ‘뉴스 판’ 리포트 갈무리.
정윤회씨 최측근인 식당 주인 A씨는 TV조선 측에 “윤회 오빠하고 □□이 언니하고 ○○○사장 왔을 때 ‘아니 뭐 이런 집이 다 있어’라고 했다”며 “보도 사실이라든가 차단도 하고 언론사 중에 하나는 완전히 밀착돼서 해야 하니까 정윤회가 나라 국정에 모든 걸 함께 했다. 2년 전까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광한 사장은 TV조선 기자에게 “터무니없는 모함이고 무책임한 소문이다”라고 부인하며 실명으로 보도하지 말라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TV조선 관계자는 방송사 사장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칫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언론 대 언론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소스(증거)는 확실하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안광한 사장과 MBC 측에 수차례 반박이나 해명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다. 안 사장 비서실 관계자는 “홍보실 쪽에 연락하라”고 했고, MBC 정책홍보부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앞서 안 사장은 정윤회씨 아들 정우식씨의 MBC 드라마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는 MBC PD들의 증언이 나왔지만 직접 해명하지 않았다.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지난해 12월15일 정우식씨 드라마 출연 특혜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내고 “드라마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으로서 PD들에게 ‘이수현(정우식 예명)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오디션과 출연을 적극 검토해 보라’는 의도를 강조하다가 사실과 다르게 사장을 언급했다”면서 “안광한 사장과 (정우식의 캐스팅이) 관련이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민식 MBC 드라마 PD는 1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장 본부장은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정우식을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했다”며 “대본을 보고 극 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해 캐스팅을 주문한 일도 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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