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전남소방본부에 접수된 4월16일 오전 8시52분에서 27분이 지난 9시19분, YTN이 첫 뉴스를 내보낸 뒤 주요 방송사들이 속보를 쏟아냈다. 그런데 답변서에는 청와대 안보실이 10시에 박근혜에게 첫 번째 보고를 했다고 나와 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TV에서 기울어가는 세월호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뒤늦게 1보를 받은 박근혜는 10시15분에야 안보실장 김장수에게 ‘상황 파악과 구조 지시’를 했다고 한다. 답변서에는 김장수가 박근혜에게 7번이나 상황 보고를 했다고 되어 있는데 통화 기록이 나와 있지 않으니 사실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박근혜는 오전 11시18분 세월호가 뱃머리 일부만 남기고 침몰한 뒤 무려 6시간이나 지난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그동안 보고서를 14번이나 ‘검토’했다는데 세월호가 가라앉은 뒤의 ‘대책’을 연구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답변서는 박근혜의 거처인 관저 ‘집무실’(실제로는 침실)에 TV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침실 바로 옆의 식당에 가서 TV를 보면 되지 무엇 하러 ‘참사 보고서’와 그동안 쌓여 있던 서류들을 ‘정독’하는 데 시간을 쏟았을까? 대리인단이 답변서 문안을 박근혜에게 보여주지 않고 헌재에 제출했을 리는 없다. 피소추인이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답변서는 원천적으로 무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지난 3년 가까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어온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관해 답변서를 통해 구체적 사실을 밝혀야 했다. 최근 검찰과 특검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성형 시술’과 ‘약물 주사’에 관해 헌재 재판관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하는데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올림머리’를 하는 20분 동안 참사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중대본에 가기 전에 경호 준비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 시각에 이미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313명의 승객은 죽음의 길로 가고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박근혜는 세 번이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대부분이 진정성 없는 사과와 사실 왜곡으로 채워졌다. 10월25일 발표한 1차 담화문에서 박근혜는 이렇게 주장했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지난 10일 여지없이 드러났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구속 중)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에 들어 있는 내용이 결정적 증거이다. 최순실의 것으로 확인된 그 PC에서 ‘2015년 10월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의 말씀자료 중간수정본’이 발견된 것이다. JTBC가 단독 보도한 첫 번째 태블릿PC의 내용에 관해 박근혜는 ‘청와대 보좌체제 완비까지’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두 번째 PC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박근혜는 지난해 11월29일 발표한 3차 대국민담화에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 헌재가 심의하고 있는 ‘탄핵 사유’에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 ‘공익’을 추구하기는커녕 ‘사심’과 ‘사욕’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증거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들어 있다.
지난 10일 특검팀 관계자는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에만 관저에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 2주 전부터 매주 수요일 청와대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평일 기준)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은 해외순방 일정을 제외하고 총 269일 가운데 58일이나 관저에 머물렀다. ‘재택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공무원이므로 복무규정에 따라 주 40시간을 출근해서 업무를 봐야 하는데 침실이 있는 관저에서 ‘알 수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