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쓴소리를 듣겠다고 했던 새누리당의 행사가 결국 당원들의 소리를 듣는 행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11일 서울 일산 킨텍스에서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처절한 반성을 통해 쇄신의 진정성,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취지였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원외당협위원장, 상임전국위원과 사무초 당직자 등이 대거 모여 일체의 쇼를 배제하고 참석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겠다며 “국민 쓴소리 경청 및 반성 릴레이” 시간도 마련했다. 이날 사회를 본 김명연 수석 대변인은 평범한 소상공인 컨설턴트, 워킹맘, 자영업자, 대학생이라고 소개 했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반성다짐화합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초청된 일반 시민 6명 중 4명은 새누리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거나 중앙위원 등 새누리당 당원이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스스로 당직자였다는 점을 밝혔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컨설턴트로 소개받은 김창수씨는 “청년당원 김창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 당직자였고 현재는 평범한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13 총선 당시 전주에서 활동할 때만 해도 새누리당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창수는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이정현 전 대표와 정운천 의원을 “아버지”라고 호칭하며 “아버지가 두 분 계셨는데 두 분 다 집을 나가셨다. 광주·전북·전남은 아노미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정현 의원은 전직 대표로서 최순실 게이트에 책임을 지고 탈당을 선언했고 정운천 의원은 지난달 27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옮겨 창당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김창수씨는 새누리당의 호남 발판이 모두 사라졌다고 안타까워 하며 올해 열릴 대선에서 당 지도부가 호남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014년 새누리당 전북도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그해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소속의 장수군수 후보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소개받은 김신애씨는 “새누리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사랑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새누리당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고 TV조선을 보면서 새누리당을 걱정하는 걸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말했다.

김신애씨는 “할머니가 겪은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에 대해 듣고 나서 새누리당을 아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왜 새누리당에 가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김신애씨는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중앙당 국민소통자문위원과 중앙청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자영업자라고 소개를 받은 김두한 씨는 “딸이 지역에서 시의원을 하고 있다, 아버지와 저, 딸까지 삼대가 새누리당의 팬”이라며 “저도 중앙당 위원”이라고 밝혔다.

청년으로 소개받은 박진호 씨는 “새누리당의 전 대학생 위원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위원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아스팔트에서 뛰었다. 친구들은 제게 수구꼴통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그런 오해를 받아도 제게 새누리당은 일터였고 자부심이었다”고 했다.

박진호씨는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불공정과 부도덕을 보고 이러려고 대학생 위원장을 했나 싶었다”고 허탈해 하기도 했다.

박진호씨는 9일 바른정당 정강정책 토론회 ‘청년들이 바라는 정치개혁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바른정당 토론회는 바른정당과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이 주최했고 개혁을 지지하는 청년모임이 주관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밖에 조석제 경기도 시흥시 개인택시조합장, 중고 운동화 매매 중계업체 '슈팬'의 청년 창업인 선종석 대표가 참석해 새누리당을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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