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결선투표제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론 채택을 언급하다가 개헌사항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과거 문재인 전 대표에 결선투표제 도입을 미적지근한 반응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상황에서 입장을 두고 혼란을 거듭한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은 11일 오전 논평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결선투표제에 임해야 한다”고 비평했다. 국민의당은 “결선투표제 도입이야말로 공정과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들었다.

국민의당은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9일 국회에서 결선투표제에 대해 탄핵결정 후 60일 이내에 선거, 투표일 50일전 공고 등을 들어 실무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의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느낄 수 없고 전문가로서의 전문성도 책임자로서의 책임성도 느낄 수 없어 심히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국민의당의 결선투표제에 대한 메시지는 이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 지도부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국 1·2월 임시국회 긴급 개혁과제에서 제외했다.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국민의당 ‘1·2월 임시국회 긴급 개혁과제 처리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결선투표제를 개헌과 연계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10일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은 개헌사안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개헌과 연관지어 추진할 뜻을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유권해석 내용은 지난해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 언급했던 근거다.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는 도입해야 한다”면서도 “지난 대선 때는 개헌 사항이라고 해석됐다. 지난번 개헌 공약때도 개헌 사항 중에 결선투표제를 포함시켜 얘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은 문재인 전 대표를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26일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오직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만이 결선투표제라는 시대의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가 비판한 것과 같이 개헌을 통해서만 결선투표제가 가능하다는 ‘군색한 논리’를 통해서”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개헌 사항이라고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는 비판이다.

해당 논평에서 국민의당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개헌 없이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여야가 압도적 다수로 공직선거법 개정을 합의해 통과시키면,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해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에도 국민의당은 논평에서 “대선 결선투표제는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정치 개혁 사안” 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를 개헌사항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지만, 헌법에 명문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대선 전 법률개정을 통해 결선투표제 도입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말 탄핵 정국 이후 국민의당의 논평 중 결선투표제 도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에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이 주로 나온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민의당이 결선투표제를 외친 것이 이를 문재인 전 대표를 ‘수구세력’으로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을 만든 것 아니냐는 풀이도 가능하다.

▲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은 결국 당론 채택에서도 결선투표제를 슬그머니 제외했다. 지난 6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당론이 아닌 개별적으로 서명해 발의됐다.

한편 이러한 결선투표제 도입을 둘러싼 당내 혼란은 국민의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당 지도부 간 갈등 관계로 비춰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적폐청산을 위해 필요하다며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이 결선투표제라는 점에서다. 이에 주승용 원내대표는 9일 “마치 언론에서는 안 전 대표와 우리당 중진 간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많이 보도된다”며 언론 보도에 탓을 돌렸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의 결선투표제 개혁입법과제 누락은 안철수 전 대표와의 각을 세우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한 발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국민의당이 대선 전 개헌을 강조하면서 결선투표제도 이와 함께 처리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는 이러한 갈등을 봉합하려는 듯 ‘자강론’을 들고 나서는 모습이다. 주 원내대표는 9일 “저는 내부 단합이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내부 단합이 바로 ‘자강론’” 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 전 총장과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했던 최근 발언과는 달리 주 원내대표는 10일에는 “바른정당과는 지역적 정서가 다르다”며 “반 전 총장도 여당으로 갈지 야당으로 갈지는 밝혀줘야 한다. 또 그 전에 자기 의혹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장이 돌아섰다.

국민의당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번 뿐만은 아니다. 호남 중진 의원과 초선 의원, 안 전 대표 등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의원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친문계와 친박계를 제외한 모든 제반세력과 협상과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바른정당과는 지역 정서가 다르다”며 ”지금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이에 지난 9일 논평에서 “도대체 결선투표제에 대한 국민의당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인가”라며 “어제와 오늘이 다른 좌충우돌, 조변석개식 입장 변경은 대단히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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