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동안의 광고시장 추이를 요약하면 지상파가 울고 모바일이 웃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지난 5년 동안 발표한 ‘방송통신 광고비 조사’를 종합한 결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온라인(모바일+PC인터넷)광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광고시장은 2012년만 해도 2조4617억 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억7475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고, 올해는 4조 원을 넘겨 전체 광고시장 1위인 방송시장 광고비(4조1180억 원) 규모에 맞먹게 된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온라인 광고의 성장을 이끈 건 모바일 광고다. 지난해 모바일 광고 성장률은 31.3%에 달했고, 올해에도 13.5% 수직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PC인터넷 광고는 2012년만 해도 2조2388억 원 규모로 모바일 광고(2229억 원)보다 10배 이상 규모가 컸으나 올해엔 모바일 광고시장이 2조460억 원 규모로 성장해 인터넷 광고(1조9567억 원)를 추월할 전망이다. 한국은 2012년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세계 첫 1위(67.6%)를 기록하며 빠르게 플랫폼 변화를 겪었다.

온라인 광고는 방송이나 신문광고 파이를 일정 부분 뺏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광고와 달리 포털에 배너광고를 걸면 지불한 액수만큼 노출이 되고, 얼마나 클릭했는지 효과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포털 광고비가 늘어났다”면서 “케이블 등에 방송광고를 하더라도 제안서에 SNS나 포털의 채널과 연계하는 게 패키지로 묶이는지 여부를 따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바코가 지난달 발간한 ‘1월 광고경기 예측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광고주는 ‘온라인-모바일’을 제외한 모든 매체에서 광고비 집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됐고, 중·소형 광고주는 ‘온라인-모바일’ 위주로 광고비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 방송광고비는 표면적으로 꾸준히 4조 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업자별로 살펴보면 지상파방송사 광고의 몰락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2년 지상파 광고 시장은 2조2304억 원에 달했으나 2015년 2조 원 선이 붕괴되고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역전 당했다. 2016년 지상파 광고비는 전년대비 14%나 감소했다. 올해에는 지상파 광고시장 규모가 1조6664억 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P의 광고비는 지상파보다 2000억 원 이상 많은 1조9282억 원으로 추정된다.

▲ 자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단위=억원.

PP와 지상파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종합편성채널4사가 2011년 12월 개국했기 때문이다. 종편4사는 의무재송신, 10번대 황금채널 배정 등의 특혜를 받고 성장했다. 또, 같은 시기 CJ E&M이 지상파 출신 PD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면서 PP 광고비 상승을 견인했다.

2011년부터는 코바코의 광고판매대행 독점제체도 붕괴됐다. 지역 및 중소방송 광고까지 결합판매를 하는 코바코(KBS, MBC)는 상대적으로 결합판매 비중이 적은 미디어크리에이트(SBS)와 경쟁을 하게 됐고, 지상파 미디어렙은 직접광고영업을 하는 종편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 놓였다. 여기에 더해 젊은 시청층의 지상파 이탈현상이 가속화돼 지상파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모바일 등 신생 광고시장이 크게 성장한 점도 지상파 광고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서 지상파에 광고 쏠림현상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신문 진영을 중심으로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총량제는 지상파 광고의 종류별 한도를 규제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체 양만 정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유동적으로 편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MBC ‘무한도전’ 등 인기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광고를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광고총량제 도입 이후에도 지상파 광고시장 몫은 줄어들었다. 지상파 관계자는 “(새로운 광고가 붙은 게 아니라) 대부분 같은 채널 내의 다른 프로그램의 광고가 일부 인기 프로그램으로 옮겨지는 식”이라며 “광고총량제의 실질적인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상파는 중간광고 도입, 가상광고 및 간접광고 기준 완화, 수신료 인상 등 규제완화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쇄매체 광고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신문광고 시장은 2012년 1조7178억 원에서 2016년 1조5359억 원으로 떨어졌다. 광고주가 홍보 효과보다는 보험 성격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신문시장의 특성상 감소폭은 완만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신문 광고시장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신문사는 협찬과 기획기사 비중을 늘리고 포털 콘텐츠 제공대가 산정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빠져나가는 광고매출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매체별 광고매출 추정치를 비율로 나타내면 방송 광고 35.8%, 온라인 광고 34.8%로 나타났고, 이어 인쇄 광고 17%, 옥외 광고 9.5% 순이다. 올해 조사는 전국 광고 매체사 2000곳을 대상으로 표본 집계한 것이다. 매년 조사 때마다 표본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추정치가 정확한 시장규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추이를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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