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결국 국민들이 지켜보는 청문회 증인 석에 서지 않았다.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조윤선, 김경숙 등은 혐의를 부인하기에 바빴다. 한 마디로 고구마를 입에 한가득 물은 듯 답답했던 청문회라는 평가다.

10일 유명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정농단 청문회 스타로 꼽은 인물이 있다. 총 7번의 청문회가 이어지는 동안 국정농단의 혐의를 받고 있는 여러 증인들을 날카롭게 추궁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광주 북구갑)이다.

미디어오늘은 10일 오전 미디어오늘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인 ‘미오캣’에서 김경진 의원과 국정농단 청문회 후일담을 나눴다.

김경진 의원에게는 ‘쓰까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5차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단답의 대답으로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데에 급급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한 신문에서 김 의원은 “식사는 하셨습니까”라는 멘트로 포문을 열었다.

▲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사진=차현아 기자.
턱을 괴고 “독일에 있던 최순실이 검찰의 사무실 압수수색 정보를 어떻게 알았을까, 대통령이 알려줬을까, 우 수석이 알려줬을까”라며 ‘~을까’로 끝나는 질문인 듯 질문 아닌 말을 우병우 전 수석을 향해 던졌다. 청문회 내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우병우 전 수석은 불편한 듯 자세를 고쳐앉고 표정이 굳었다.

김경진 의원은 “검사 입장에서 피의자가 피의 사실을 계속 부인을 하면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꼭 당사자의 입으로 들어야 할 증언이 있다. 그럴 땐 대화를 통해 사실관계를 끌어내야 하는데, 우병우 전 수석의 대답은 일관되게 짧았다. 그래서 국민들이 보는 청문회에서 ‘이 사람이 문제의 근원이고 국정농단의 주역’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병우 전 수석을 향해 김 의원이 던졌던 “식사는 하셨냐”는 질문은 검사들이 흔히 ‘잡범’이라 불리는 피의자를 심문할 때 처음 던지는 말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김경진 의원은 우병우 전 수석에 의도적으로 ‘잡범’ 취급을 하려고 던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말은 잡범에 한정된게 아니라 (검찰에서 수사할 때) 끈질기게 부인하는 피의자들하고 피차 서로 밥도 먹어가면서 오래 일해야 할 때” 자연스럽게 던지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말로 우병우 전 수석도 사실상 자기가 피의자 취급을 받고 있구나 싶어서 표정이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7차 청문회에서 김 의원은 조윤선 장관을 향해서는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였다.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존재를 언제 인지했냐는 질문에 특검에서 어떤 리스트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 동문서답으로 즉답을 계속 피하자 “어이 장관, 궤변 늘어놓지 마시고”라며 말을 자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청문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에 대해 “특검이 수사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수사 고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조윤선 장관이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지난해 9월) 이미 블랙리스트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 그런데도 장관으로서 이를 못 봤거나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그래서 인지한 시점이라도 명확히해서 수사 가능한 고리를 만들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조윤선 장관이 그걸 눈치 채고 빠져나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 때문에 불같이 화를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사진=차현아 기자.
검사 출신인 김경진 의원이 청문회 스타가 된 이유는, 당장 증인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아도 철벽방어에 나선 증인을 무너뜨리거나 향후 수사에도 도움이 될만한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청문회 장에 갈 때는 (머리를) 비우고 들어간다. 현장에서 증인이 어떤 자세로 나오는지, 장문으로 답하는지, 일부 인정하는 태도로 나오는지 등 봐야 한다. 흐름만 정확히 보고 나오는 증언이나 상황에 맞춰 순발력있게 질문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혐의를 일부 시인한듯한 증인들의 답변에도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안종범·정호성 등에 대해 열렸던 지난해 12월26일 열린 6차 구치소 청문회에서는 이들이 일부 혐의를 시인한 바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강제모금 혐의에 “모든 것은 박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가 정부 인사안과 대통령 연설 자료를 수정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김경진 의원은 “혐의를 시인하는 것 같지만 배후에서 조율을 끝낸 발언”이라며 “구치소에 수감된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비둘기가 오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와 최순실 사이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국정농단 혐의는 일체 부인하되,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서 이뤄진 일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는 논리를 증인 간에 ‘비둘기’를 통해 전달하며 조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우병우·김기춘 등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부인한다. 안종범 역시 최순실과의 연계에는 선을 긋고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를 담은 지시를 행했다고 밝힌다. 정호성도 (이미 증거가 나온 최순실과의 휴대폰 녹취록 내용은 시인하더라도 청와대와 직접 연관이 있는) 김기춘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도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논리에 따라 최순실이 혼자 대통령을 팔아 국정농단을 저질렀으며, 이 정도 사안으로는 대통령까지 탄핵할 수 없다는 결론을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소속 김 의원은 광주 북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총선 때 큰 득표수를 거뒀던 국민의당은 현재 호남에서 민주당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금도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주도 정당이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일부 작위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안철수 등 국민의당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면 결국 호남은 문재인을 선택할 것이다. 정권교체 해야 하는데 문재인이 아닌 다른 인물이 후보가 되면 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현재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이 사회 개혁의 적기이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개헌말고는 답이 없다는 논리다. 김 의원 역시 이에 동의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제는 대통령 한 사람이 국정의 한 축을 모두 차지한다. 의원내각제가 되면 국회의원 300명이 제도의 중심이 된다. 대통령이 한명 있는 것보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더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개헌의 적기가 대선 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개헌 논의때문에 정권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이 변혁이 필요한 최적의 시기다. 개헌 논의는 매번 대선 공약으로 나왔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면 참모들부터 개헌을 못하게 말린다. 지금은 개헌 적기다. 국민들도 정신차리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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