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국민의 뜻에 따른 절제된 인적쇄신을 다하겠다”며 사퇴 입장 대신 당 쇄신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11일 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해 당직자, 원외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대토론회를 열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탈당을 거부한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탈당을 촉구했던 인 위원장은 “하루 속히 (인적 쇄신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인명진 위원장은 8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인적쇄신이 미흡하다는 것이 국민과 제 판단”이라면서도 “모든 노력을 다해서 근본적인 인적쇄신을 다하겠다”고 밝혀 당 잔류를 선언했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사진=포커스뉴스


인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전국위에서 승인 받은 이후 추진했던 인적쇄신안에 대해 “잘못한 일을 책임지자는 것 이었다”며 “과거 집권당 소속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게 최고의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반발에 해명이라도 하듯 원외 당협위원장,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협의회, 초선 중진 의원 등이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일임하거나 탈당 의사를 발표했다며 “인적 청산 방향과 방법이 옳은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인적 쇄신에 참여하지 않은 소속 의원 3분의1을 향해 “개인을 어떻게 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는 없지만 오해될 수 있는 미숙한 운영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인 위원장은 친박계 핵심의 반발에 대해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의 진통”, “찬란한 아침을 맞기 전에 오는 잠시의 어둠”이라며 “당 재건에 함께 해 달라”고 탈당을 압박했지만 “악성종양”, “할복” 등 거친 발언을 내놨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핵심 친박 인사들의 탈당을 거세게 요구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6일 상임전국위 무산에 대해서는 “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에 대한 무책임으로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패권적 패거리 정치의 음습한 관행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인 위원장은 조만간 당 전국위 전국위를 개최해 비상대책위 구성을 인준 받겠다는 계획이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사진=포커스뉴스


당 지도부에 탈당과 거취 등을 일임한 나머지 3분의 2가량 의원들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인 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고 국민에게 다짐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용기 있는 일을 했다. 국민이 여러분 이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며 이들을 밑거름 삼아 새누리당 쇄신 작업을 해 나가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인 위원장은 이번주를 반성과 다짐, 화합 주간으로 정하고 사무처 당직자와 의원, 등이 모두 참석하는 대토론회를 11일 열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잘못한 점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 후 새로운 당 운영 방식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 주류와 비주류 등 계파 청산 방안 등에 대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차원에서는 인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됐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인 위원장 자택을 재방문해 당 쇄신 노력을 해 달라고 또 다시 요청했다.

이날 새누리당 비례대표 12명은 “새누리당 혁신,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돼”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인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합심해야 한다”며 인 위원장의 인적쇄신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사실상 서청원 의원의 탈당을 촉구했다.

이름을 올린 비례대표 12명은 송희경 이종명 임이자 문진국 김규환 신보라 김성태 김종석 김승희 유민봉 윤종필 강효상 의원이다.

앞서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7일 성명을 발표하고 인 위원장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30일 인정청산 발표 후 이정현 전 대표(2일)와 정갑윤 의원(4일)이 탈당 의사를 밝히고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까지 거취를 당에 일임했다. 또 중도층 의원을 포함한 30여명 역시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맡기면서 서청원·최경환 의원 탈당을 압박했다.

인 위원장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핵심 친박계와의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청원 의원 등과 벌인 설전 등을 “미흡했다”고 사과하면서 탈당 압박 수위를 낮췄지만 인적쇄신에 동참해달라는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저강도의 탈당 압박을 계속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청원 의원은 지난 4일 인 위원장과의 물밑 교섭을 폭로하고 7일 인 위원장에게 색깔론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당 안팎의 분위기가 탈당 요구에 쏠려있지만 당 최고 의결기구 등을 통한 비대위 발목 잡기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일 정족수 미달로 인한 상임전국위원회 무산 역시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 위원장은 상임전국위가 아닌 전국위에서 비대위 구성을 인준받겠다는 계획이지만 전국위원이 인 위원장에게 얼마나 호의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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