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먼저 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습니다. 우린 너희들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를 잊지 말고 열여덟 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오는 9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2014년 4월16일 이후 처음으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힘들었던 지난 3년간의 세월을 술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2014년 단원고 2학년 1반이었던 장애진양을 비롯해 김진태·김선우·이종범·박준혁·설수빈·양정원·박도연·이인서 등 9명의 생존 학생들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 온전히 우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세월호 사고 후 3년간 나라가 감추고 숨기는 게 많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민 여러분 덕분에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기회 생긴 것 같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는 9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발언을 했다. 사진=노컷뉴스
이들은 사고 당일 상황에 대해 “우리는 모두 구조된 게 아니라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한다”며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했지만 그들은 우리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을 거다. 단호히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북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이 잔뜩 올라온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고,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전화도 해본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애진 학생이 대표로 발언을 하면서 중간중간 울먹이며 눈물을 흘리자 시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박수로 격려했다.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들은 “우리는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게 아니다”며 “나타나지 않은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받고 지시해 줬다면, 가만히 있으란 말 대신 당장 나오란 말만 해줬다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보고받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 7시간 뭘 했기에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는데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지시하지 못했는지 조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모두 더 이상 속지 않고 이제는 진실을 알고 있는데 지금 국가는 계속해서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11차 촛불문화제에 앞서 사전행사로 세월호 피해가 가족이 참여하는 ‘4·16 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4·16국민조사위는 피해자 가족의 직접 나서서 진상을 규명하고 지금까지 진상규명에 힘써왔던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남은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가는 민간 기구다.  

조사위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 날 무언가를 해야 했던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의 권력은 진실을 감추는 데만 사용됐다”며 “정부가 조사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굴하지 않고 진실규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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