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의 스모킹 건이 된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JTBC ‘뉴스룸’ 시청률이 10주 연속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뉴스를 진행하지 않는 금·토·일 시청률까지 합산한 결과다. 더 이상 JTBC가 SBS·MBC 메인뉴스를 앞서는 건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JTBC의 시청률 상승이 “특종 이후 일시적인 현상”(고대영 KBS사장)이라던 주장도 힘을 잃게 됐다.

미디어오늘은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한 10월24일(월)부터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까지 10주간 JTBC, SBS, MBC의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메인뉴스 시청률을 분석했다. 메인뉴스 말미에 지역민영방송 뉴스가 편성되는 SBS 상황을 고려해 수도권 유료방송 시청률이 3사를 비교하는데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시청률은 JTBC>SBS>MBC 순이었다.

JTBC ‘뉴스룸’은 10월 넷째 주 6.9%를 시작으로 매주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4주 연속 7%대를 기록했으며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소추안이 통과(12월9일)된 12월 둘째 주의 경우 평균 9.1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뉴스룸’ 주간 시청률 가운데 역대 최고치다. 이후 JTBC는 매주 8%대 시청률로 동시간대 지상파 메인뉴스를 여유 있게 앞서며 유의미한 시청습관을 만들어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SBS는 10월 넷째 주 6.6%로 시작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최고조였던 11월 둘째 주 7.04%를 기록한 뒤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다 12월 셋째 주 5.9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김성준 신임 보도본부장 취임 후 뉴스개편이 이뤄지고 단독보도가 쏟아지며 시청률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일 방송에선 7.5%를 기록했다. 최근 ‘8뉴스’는 기자들의 스튜디오 출연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MBC는 11월 첫째 주 6.2%을 기록한 뒤 12월 넷째 주까지 원만한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여태껏 마땅한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MBC는 11월12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MBC로고를 뗀 마이크를 쥐고 리포트를 내보낼 정도로 촛불집회 현장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인 상황에서 “대통령을 대변하는 뉴스”라는 안팎의 비판도 고전의 이유다.

시청률 10주 연속 1위, ‘손석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정유라 체포특종’이 담겼던 지난 2일 ‘뉴스룸’은 11.4%(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기준)라는 역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길라임 가명 진료’를 비롯한 단독보도는 ‘뉴스룸’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하지만 단독보도만으로는 높은 시청률을 설명할 수 없다. 타사에서도 단독보도를 하고 있지만 JTBC만큼의 꾸준하고 높은 시청률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타사와 JTBC와의 유의미한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떠오르는 건 ‘손석희’다. 영향력·신뢰도 1위 언론인의 합류 이후 JTBC의 신뢰도는 매해 상승했고 현재는 KBS를 앞서고 있다. 지난 12월16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JTBC의 뉴스선호도는 45%, KBS의 뉴스선호도는 18%였다. JTBC가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여기서 손석희가 구축한 맥락저널리즘에 주목해야 한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맥락저널리즘은 흔히 객관저널리즘과 비교되곤 하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뉴스가 온라인에서 실시간 소비되는 현실에서 뉴스수용자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이다. 기존 객관저널리즘으로 구현된 백화점식 1분30초 스트레이트 뉴스는 이미 낮에 소비를 한 것들이 대부분인 반면 맥락저널리즘은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검증하며 특정한 관점을 드러내 뉴스를 다시 살려낸다.

손석희의 ‘뉴스룸’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뉴스가 왜 등장했는지, 그래서 이 뉴스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뉴스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는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한 걸음 더 들어가기 위해 뉴스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진행되고 스토리텔링이 활용된다. ‘팩트체크’와 ‘앵커브리핑’ 코너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맥락저널리즘의 좋은 예다.

맥락저널리즘은 기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중립적 형식의 객관저널리즘과 달리 언론인의 주관이 듬뿍 담기게 되는데, 이 때 중요한 전제가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신뢰’다. 신뢰가 없는 맥락저널리즘은 편파방송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뉴스룸’은 포맷 상 그 어떤 뉴스보다 ‘신뢰받는 언론인’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최적의 퍼즐은 신뢰도 1위 손석희다.

▲ 왼쪽부터 JTBC '뉴스룸' 손석희 사장과 김필규·한윤지 기자. ⓒJTBC

JTBC 기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뒤에 앉아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비판 리포트를 생방으로 내보내고, 앵커는 직무 정지된 대통령의 간담회에 참석한 자사 기자에게 추궁하듯 간담회 과정을 따져 묻는다. 이 같은 일련의 모습은 이들이 언론인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불의에 항의할 줄 아는 ‘진솔한’ 태도를 드러낸다. 이는 오늘날 시청자들이 뉴스보다 뉴스를 대하는 태도에 반응한다는 점을 간파한 전략이다.

▲ 신혜원 JTBC 기자는 이날 생방송 리포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해임건의안 거부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현재에도 단식농성을 이어가면서 야권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팩트폭력"이라며 호평을 보냈다.


▲ 진도 팽목항 현지 진행에 나섰던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 손석희 사장으로부터 겨울 점퍼를 쟁취한 강버들 JTBC기자.
JTBC는 2014년 4월 손석희 사장이 직접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뉴스를 진행하고, 서복현·김관 기자를 수개월간 팽목항에 남겨두는 식으로 시청자에게 그들의 ‘진솔한’ 태도를 강조했다. JTBC ‘사회부 소셜스토리’는 손석희 사장에게 겨울 장갑과 점퍼를 요구하는 장면을 통해 기자들의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시민들은 뉴스의 관점을 갖고자 할 때 JTBC를 믿고 보게 됐다. ‘신뢰’다.

JTBC ‘뉴스룸’은 타 방송사에 비해 기자 개인의 브랜드를 키우는데도 적극적이다. 과거 ‘팩트체크’의 김필규 기자를 비롯해 서복현·심수미 기자 등 여러 기자들은 생방송에서 손석희 앵커와 마주하며 성장한다. 이는 BBC를 비롯한 전통의 공영방송뉴스가 신뢰도를 높여온 과정과도 유사하다. 예컨대 이 뉴스에서 이 기자가 등장하면, 시청자는 뉴스를 보기 전부터 뉴스를 신뢰하게 되는 식이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JTBC 뉴스를 두고 “기존 객관주의 저널리즘 대신 직접 사안에 개입하는 저널리즘으로, 단순한 사실 전달보다는 진실추구 내지는 사회정의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실천하려고 아예 회사차원에서 방침을 정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썰전’, ‘말하는대로’, ‘비정상회담’ 같은 예능까지 사회이슈를 거침없이 다루며 ‘뉴스룸’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채널브랜드를 높이고 있다.

▲ 중앙일보·JTBC가 연초 내놓은 대국민 온라인 의견수렴 SNS '시민마이크'의 홍보를 맡은 강지영 아나운서. ⓒJTBC
중앙일보·JTBC는 올해부터 1000만 촛불에 담긴 시민의 열망을 담는다는 취지로 대국민 온라인 의견 수렴 SNS ‘시민마이크’를 내놨다. 시민들의 주장을 수렴해 팩트를 체크하고 어젠다를 세팅한 뒤 직접 제도를 바꾸는 식의 참여저널리즘을 지향하고 있다. 남재일 교수는 “정서적으로, 주관적으로 뉴스에 접근하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 관건은 얼마나 부조리와 진실을 파헤치느냐이다”라고 전한 뒤 “지상파는 객관을 가장한 채 미필적 고의로 변화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객관주의 저널리즘을 표방했던 기존 방송사들은 객관을 가장한 왜곡·축소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으며 이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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