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막내 기자들이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MBC 보도에 대한 반성문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보도하긴커녕 대통령과 최순실 등을 두둔하는 데 앞장서며 조금도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MBC 보도책임자들의 모습에 막내 기자들까지 사측을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1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중계하다 시민들의 강한 비난들 듣고 철수했던 사회부 3년차 곽동건 기자는 “현장에 나간 기자는 마이크 태그조차 달지 못했고 실내에 숨어서 중계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취재 현장에서 우리를 보고 ‘짖어봐’ 하는 분도,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많아 사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이덕영 기자는 “뿐만 아니라 최근 MBC는 JTBC가 입수한 태블릿의 출처에 대해 끈질기게 보도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최순실 것이 맞다’는 보도를 냈다가 다시 ‘의심된다’고 수차례 번복하는 모양새도 우습지만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에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우리 젊은 기자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뒤늦게 최순실 특별취재팀을 꾸렸지만 한 달도 안 돼 해체했고 보도본부장은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2%대에 접어든 지금도 오히려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라며 간부들을 격려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예지 기자도 “MBC가 왜 이렇게 됐을까. 과거 정부 정책을 앞서 비판하며 MBC 뉴스를 이끌던 기자 선배들을 우리도 정말 못 본 지 오래됐다”며 “5명의 기자가 해고됐고 50명이 넘는 기자가 마이크를 잡지 못한 채 취재조차 할 수 없는 부서로 쫓겨나 있다. 회사 전체로 따지면 유능한 PD와 아나운서 등 200여 명이 쫓겨나 아직 109명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2일 대구MBC가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깨어나 일어나’ 유튜브 방송 갈무리.
이들은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일단 쫓아내고 보는 이 상황에서 보도국에 남아있는 기자 30여 명은 실명으로 글을 쓰며 저항하고 있고,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까지 했지만 회사는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며 “왜 진작 나서서 이 사태를 막지 못했냐고, 그 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혼내고 욕해도 좋다. 다만 MBC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걸 멈추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대구MBC가 지난 2일 신년 특집으로 대구의 촛불 민심 2주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깨어나 일어나’ 방송에서 MBC를 질타하는 대구 시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보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3일 3차 대통령 담화 직후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대구MBC 제작진을 향해 “여기 MBC에요 방송국? MBC 개XXX 아이가 이것들. 내가 MBC 제일 싫어한다. 대통령 지지율이랑 여기 지지율이나 똑같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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