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민이고,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유재석이 2016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소감으로 한 말이다. 이 발언 이후 ‘박사모’와 같은 단체에서는 유재석에 대해 ‘좌파연예인’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했지만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소신발언’들에 대중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 이후 연예인들의 정치관련 발언의 정도가 잦아지고 수위도 세졌다. 김제동, 김의성, 권해효, 이승환, 허지웅 처럼 꾸준히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말해온 연예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시국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방송인 김국진은 MBC ‘섹션TV연예통신’에서 "그리고 우리가 할 말은 하고 살아야죠. 화병 날 수가 있으니까 할 말은 하고 삽시다.“라고 멘트를 했고 배우 이병헌도 청룡영화제에서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돼 촛불을 들고 있는 장면을 봤다. 그 촛불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인들의 시국 관련 발언은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익숙해진 배경도 있다. 2PM이 황찬성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난리통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거라는 걸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양파는 까면 깔수록 작아지는데 이건 깔수록 스케일이 커지냐”고 썼다. 방송인 전혜빈도 인스타그램에 “‘캐리어를 끄는 여자’ 방송하고 있나요? 나라가 어 순실해서 모두 화가 났나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모델 강승현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 게시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장인 시상식이나 SNS가 아니라 방송에서 이를 드러내는 것도 잦아졌다. 이는 방송국에서도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인 유병재는 JTBC ‘말하는대로’(11월6일)에서 시국풍자 버스킹을 통해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대학 가면 좋은 회사 가고, 좋은 회사 가면 좋은 친구들 사귀고, 좋은 친구 사귀면 연설문을 직접 안 써도 되지"라고 현시국을 풍자했다.

직접 집회에 참가하거나 집회에서 공연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진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가수 이자 배우인 이준은 자신의 SNS에 “현재 광화문 25만입니다. 오늘 목표는 50만이라고 하네요. 어서 모여주세요. 비가 와도 계속 됩니다. 모여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배우 유아인씨도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29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는 신현준, 크라잉넛, 김미화, 정태춘, 전인권, 김동완, 이승환, 양희은, 안치환, 노브레인, 송용진, 이은미, 마야 등이 공연에 참여했다.

▲ 배우 이준 인스타그램.
지난해 11월8일에는 2300여명의 음악인들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엄정한 수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8일 시국선언문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믿음은 완전히 짓밟혔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밝혔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면서 작품 활동에 정치적 의견을 내보이는 활동도 활발해졌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이후 어지러운 시국에 위로를 던진 이승환과 이규호의 공동 프로듀싱 ‘길가에 버려지다’에는 장필순, 김광진, 한동준, 이승열, 윤도현, 린, 김종완, 스위소로우, 윤덕원, 하동균, 옥상달빛, 이효리, 이상순 등이 참여했다.

윤종신은 ‘그래도 크리스마스’라는 음원의 뮤직비디오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 세월호 등 정치 관련 사안을 적절히 녹여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월27일 치타와 장성환은 JTBC ‘힙합의 민족2’에서 세월호에 관한 노래 ‘Yellow Ocean’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피디와 윤일상도 최순실 게이트 비판한 ‘시대유감2016’, ‘100m’ 음원을 발매했다. 산이, DJ DOC는 각각 시국을 비판하는 ‘나쁜 X’, ‘수취인분명’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가 여성비하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 '월간윤종신 12월호'의 '그래도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최순실 게이트’가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종북 딱지’를 붙였던 과거와 선을 긋고 정치적 표현이 자유로워진 기폭제라는 평가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절대다수가 정권을 비판하는 예외적 상황이다보니 오히려 연예인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멋있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 ‘민주당 지지자’나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그런 딱지들에 비판이 가해진다”고 말했다.

김교석 평론가는 “방송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게되면서 사회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자리잡아갈 것”이라며 “헐리우드의 문화를 생각해도 그렇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사건이 이러한 문화의 기폭제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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