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0일 숨진 채 발견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59) EG회장의 수행비서 주아무개(45)씨가 지난해 12월1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VIP 5촌간 살인사건의 진실’편 취재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편을 연출한 배정훈 SBS PD는 2일 통화에서 “5촌 살인사건 취재과정에서 주씨와 통화를 했으나 방송에는 내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PD는 당시 주씨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SBS 제작진은 후속편 제작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2012년 말 이 사건의 의문점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2일 통화에서 “주씨는 박지만의 최측근이었다가 박지만 회장 비서실장 정용희에게 밀려나며 박지만 측과 좋지 않은 관계에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주씨는 사건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내부인으로서 내부고발에 나설 동기가 있었던 인물로 비춰진다. 주씨는 육영재단을 둘러싼 각종 송사와 갈등으로 시끄럽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박지만 회장의 송사 등 주요 업무를 처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2016년 12월 1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0년 7월 경 박근혜 대통령의 5촌이자 박지만 회장의 측근이었던 박용철은 육영재단 법무실 간부 이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박지만이 중국에서 신동욱을 죽이라고 지시했다고 이야기한 정용희의 말을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 “정용희를 통해 박지만이 살인 청부 비용을 보내준 통장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용철은 2008년 5월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관장에 임명됐으나 7개월 뒤 정용희에게 자리를 내주며 권력에서 밀려난 상태였다.

2011년 8월23일 신동욱측 변호인은 박용철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다음날인 8월24일 신동욱이 구속됐고 9월6일엔 박용철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박용철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박용수 역시 자살 과정이 석연치 않아 논란이 거듭됐다. 이런 가운데 살인사건 당일 두 사람과 함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인 박용철의 측근 황아무개씨도 2012년 돌연 사망해 충격을 줬다. 김용민 변호사는 “황씨는 육영재단 폭력사건에 개입한 폭력배로 박용철씨가 사망하고 얼마 뒤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주씨는 12월30일 오후 1시께 강남구 자곡동 자택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 흔적이나 외상 등 타살을 의심할 만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병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주씨는 EG에서 18여 년간 일했으며 최근 10년간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송사를 주로 챙겨왔던 이춘상 전 보좌관이 2012년 불의의 사고로 숨진 가운데, 박지만 측 송사를 주로 챙겼던 주씨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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