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2016년 12월30일자 21면에서 자사 오보를 반성하는 ‘바로잡습니다’ 지면을 내며 언론계 주목을 받았다. 자사의 치부일수 있는 오보를 소개하며 역으로 언론사로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2월16일자 1면에서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장소로 강원도 원주를 가장 적합한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취재 결과를 실었으나 지난 7월 발표된 최종 후보지는 경북 성주였다”고 밝혔으며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과 관련해선 6월10일자 12면, 6월16일자 10면 보도를 통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중 한 곳이 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으나 정부 결론은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제3의 대안이었다”고 보도하며 오보를 인정했다.

▲ 중앙일보 2016년 12월30일자.
중앙일보는 “12월13일자 8면 ‘우병우 제주에? 사촌동서 이득홍 주말 당일치기 방문’ 기사에선 이득홍 변호사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 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롯데그룹과 관련된 기사들에서도 부정확한 보도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컸던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 보도도 늦었다. 국내외에서 10여 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블랙 컨슈머’나 일부 불량품에 국한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선입견으로 기사화하지 않았다”며 독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기자들의 2016년은 참혹했다. 돌아보면 최순실·차은택씨 등이 문체부를 중심으로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귀머거리·장님 신세나 다름없었다”고 반성했다. 이 신문은 “1년 전 방송사 PD로부터 ‘요즘 차은택이 최고 문화 권력이라는 거 아시죠. 그쪽 통해야 일이 돼요’라는 귀띔 등이 있었지만 흘려들었다. 취재 영역이 아니라는 떠넘기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2016년 12월30일자.
중앙일보는 총선 예측 실패를 반성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4월4일자 1면에 게재한 4·13 총선 전망 기사에서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1당, 새누리당은 122석에 머무는 파란이 일어났다. 교섭단체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던 국민의당도 38석으로 약진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만의 오보는 아니었다.

이 신문은 지난 6월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11월 미국 대선 역시 대다수 언론이 예측에 실패했다고 전하며 일련의 오보를 두고 “언론이 여론조사에서 반영되지 않은 바닥 민심을 면밀히 챙기지 못해 벌어진 참사”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거리로 나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년 선거에서 정확한 민심, 숨은 표심까지 반영해 보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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