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시장이 척박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올해 MCN업체들이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고 규제 법안에 반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데는 지난 3월 설립된 MCN협회의 역할이 컸다. 현재 회원사만 74곳에 달하는 MCN협회는 유진희 사무국장이 실무를 맡고 있다. 개별 사업자가 아닌 산업 측면에서 내년 시장 전망을 듣기 위해 지난 23일 서울 상암동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궁극적인 지향은 오리지널 콘텐츠”

유 사무국장은 “올해 시장은 예상보다 MCN 자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광의의 의미로서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 시장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크리에이터 중심의 멀티채널네트워크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지만 넓은 의미의 MCN인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3월만 해도 협회에 들어오라고 하면 ‘우리는 MCN 업체가 아닌데’라고 하는 사업자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수익모델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커머스’로 나뉜다. 미국 시장은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이고, 중국 시장은 ‘커머스’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어느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유 사무국장은 “오리지널 콘텐츠는 사업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로 돈을 버는 모두가 이상적으로 꿈꿨던 비즈니스 모델로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수익구조 확보 차원에서 커머스를 시도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올해 가장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꼽히는 '통메모리즈' 화면 갈무리.

다만 최근에는 ‘커머스’가 황금알을 낳는 오리처럼 인식되면서 ‘커머스 차원’에서만 접근하며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상거래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돼 버린 것이다. 유 사무국장은 “두 가지 접근 모두 존중한다. 그러나 조급한 마음에 ‘돈을 벌어야하니까’ 커머스에 ‘올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확산되는 데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 자체가 규모가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가 아닌 상거래에 집중하는 커머스 열풍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장르 확장이 곧 수익모델의 확대”

유 사무국장은 “장르의 확장을 통해 수익모델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게 ‘애완’ 장르다. 오락용 콘텐츠이면서 애견용품 등 커머스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다. 인테리어, 리빙, DIY(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상품)같은 분야도 콘텐츠와 커머스 연계가 가능한 영역이다. 장르가 확장되면 타겟의 범위가 늘어난다. 그러면 여기에 붙일 수 있는 광고와 커머스의 종류도 늘어나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체적인 산업의 규모를 이끄는 건 중국이지만, 문을 열어주는 역할은 내년에도 한국 사업자들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르를 넓히는 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유효한 전략이다. 한국의 ‘뷰티’ 콘텐츠가 중국에 영향을 미쳐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의 주력 콘텐츠가 된 게 대표적이다. 유 사무국장은 “애완과 리빙 등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어느 정도 성장한 헬스·바이오 분야는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장르 확장에 보탬이 되는 ‘의외’의 교류도 시작됐다. 

▲ 유진희 MCN협회 사무국장. 사진=조예빈 대학생 명예기자.

지난 10월 MCN협회는 케이블TV방송협회와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케이블채널)의 자체제작 콘텐츠 소스를 이용하고, 이를 통해 제작되는 2차 창작물에 대해 MCN과 케이블이 저작권을 공동소유하기로 결정했다. MCN과 레거시 미디어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 것이다.

“MCN 사업자 입장에서는 콘텐츠 아카이브가 없었고, 저작권을 얻는 게 어려웠다. 이 때문에 MCN 장르가 한정된 측면이 있다. 예컨대 PP의 소스를 받게 되면 사극 콘텐츠를 2차 창작해서 또 다른 예능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MCN이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장르로 확대되면 여기에 맞는 비즈니스가 열릴 수 있다.”

TV로 들어간 MCN, 역행일까 확장일까?

올해 MCN 시장에서는 모바일 콘텐츠가 역으로 TV로 진입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도티&잠뜰TV’가 애니맥스 채널에 방영돼 인기를 끌었고 SBS 모비딕의 ‘경리단길 홍사장’도 심야시간대 방영되고 있다. CJE&M의 다이아TV가 내년 1월 유료방송 채널 론칭을 준비하는 등 MCN 전용 채널까지 나오게 된다. 이를 플랫폼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있는 반면 MCN이 스스로의 차별성을 무너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 그런 고민을 했다. 결론은 플랫폼이 모바일인지, TV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콘텐츠는 시청자의 변화를 살펴야 하고, 어느 플랫폼에서든 유효하다. 시청자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TV는 규모가 크다보니 유연성이 떨어졌다. 이 와중에 10대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MCN이 만들었고, 트렌드를 바꿨고 TV에서도 이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 사진=CJ E&M 제공.

역설적이지만 TV에 MCN 콘텐츠가 진입하는 게 MCN 인식 제고에도 보탬이 된다. “스케일이 큰 드라마를 ‘영화 같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영화가 드라마보다 우위라는 인식이 전제된 거다. 모바일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TV 콘텐츠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걸 당장 깰 수 없는 상황에서 TV에 진입시키면서 ‘TV 콘텐츠 같네’라며 조금씩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꽉 막힌 중국 시장, ‘노하우 전수’ 방식으로 진입”

해외 시장은 어떨까.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도 달라야 한다. 유 사무국장은 “중국은 한류 콘텐츠 규제 문제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 한다”면서 “변수가 많아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당장 내년에도 콘텐츠 자체를 수출하거나 공동 제작을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신 패션·뷰티 분야 MCN 업체인 레페리는 크리에이터 육성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류 콘텐츠가 인기가 많은 동남아 시장은 중국처럼 외교적인 문제는 없지만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한류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모바일 시장의 규모가 아직까지 커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동남아는 중국과 달리 정부 차원의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고, 단일 국가도 아니기 때문에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도 않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지에 직접 투자하고, 우리 콘텐츠를 수출하거나 합작하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CN 규제? 표현의 자유 문제 뿐 아니라 역차별”

MCN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커지면서 ‘규제 사각지대’라는 인식도 이어지고 있다.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MCN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MCN 플랫폼 사업자가 음란물을 거르지 못하면 처벌하는 내용이다. MCN협회는 ‘반대’입장을 냈다.

유 사무국장은 “국회에 협회 이사들과 함께 방문해 ‘부당하다. 국내 사업자를 위한 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표현의 자유 문제도 있지만 음란물 유통의 다수가 해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만 잡는 건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첩첩산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의 개념을 인터넷 방송까지 확장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내년에도 MCN 산업을 둘러싼 ‘규제’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유 사무국장은 “최근에는 안철수 의원이 ‘영화법 개정안’을 냈는데 영화의 정의를 ‘모든 영상 콘텐츠’라고 명시해 논란이 좀 됐다”면서 “의도한 건 아닌 거 같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 시장과 연계하는 법안이 많아지고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MCN협회는 내년 △협회 소속사 실태조사 △세부 분야별 분과 설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고 교육사업도 확대한다. “지금은 우리가 일상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만 찍어도 문화가 되고 소비하는 이들이 생기고, 산업까지 될 수 있는 시대다.” 유 사무국장이 강의를 나가면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흐름에서 MCN 업체를 창업하거나 MCN 업체에 입사하려는 이들이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는지, 어떤 도전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더라. 협회 차원에서 다른 기관과 연계해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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