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어워드가 2015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돌아왔습니다. 올해 TV조선과 한겨레의 미르‧K재단관련 보도나 JTBC ‘최순실 태블릿PC’보도 등 굵직굵직한 보도가 많았는데요. 미오어워드에서는 아마 다른 곳에서는 상을 받지 못한 기사들에 주목해보았습니다. 올해 역시 신문‧방송‧인터넷 부문의 기사들 중 수상작을 골랐습니다. 지난해 제1회 미오어워드 수상작은 여기(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의 저질제목상
수상작: 헤럴드경제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강간’ (6월3일)

▲ 헤럴드경제의 지난 3일 보도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는 인터넷판에서 지난달 신안군 교사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강간’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 비판 받았다. 

이후 다수 시민의 항의로 제목을 바꾸고 사과문을 올리기는 했다. 사실 헤럴드경제는 이 기사 외에도 의사가 대장내시경 검진 중 여성 환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다루면서 '검찰, 대장내시경녀 성추행 혐의로 의사 구속'이라고 보도하기도 하는 등 여성혐오적이거나 자극적 제목을 달아다. 2017년에는 조심해달라는 의미로 상을 수여한다.  
(관련기사: 내가 헤럴드경제 앞에서 피켓을 든 이유
"선정적·악질적 기사" 시민 항의에, 헤럴드경제 경찰 불러)

-올해의 감정이입상
수상작: 조선일보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 (5월12일)

▲ 5월12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5월12일 1면 머리기사와 3면의 모든 기사를 김영란법이 민생에 끼칠 영향에 대해 썼다. 1면 기사에서는 오는 9월 시행되는 ‘김영란법’의 시행령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에 따라 5만 원짜리 가상 선물세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선물이나 경조사에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시름이 크다는 것.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가 죽는다'는 기사는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됐으나, 조선일보의 해당기사와 특히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는 제목은 팔리지 않는 선물세트로서의 한우와 굴비에게 예민한 감정이입을 보여준 표현이라 상을 수여한다. 
(관련기사: 김영란법 때문에 내수 죽는다? "뇌물공화국이란 반증“)

-올해의 탕수육매니아 상
수상작: 중앙일보 김영란법 시행 후…신라호텔 팔선에서도 “짜장면 통일이요”(7월28일)

▲ 중앙일보 7월28일 기사.

올해 하반기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로 다른 이슈는 잊으신 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올해 상반기 큰 이슈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었다. 관련보도 중 부정청탁금지법에 기자가 포함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기자세계에 바뀔 풍속도를 예고한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중앙일보의 해당기사는 뉴스1의 ‘쫄쫄 굶고 물만 마신 기자들’ 기사와 함께 부정청탁금지법을 받아들이기 싫은 기자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뉴스1이 해당 기사의 제목을 ‘확 달라진 풍속도’로 바꾸면서 수상의 영광은 중앙일보로 돌아갔다. 모든 메뉴를 짜장면으로 통일하겠다는 외침 속에서 사실은 조금 더 비싼 메뉴인 탕수육을 먹고싶다는 속마음이 잘 드러났다. 

-올해의 계급상승 상
수상자: 조선일보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11월7일)

▲ 11월7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

해당사진은 11월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이다. 이 사진을 찍은 고아무개 객원기자는 해당 사진으로 큰 주목을 받고 조선일보의 사진기자 자리를 얻게 됐다. 팍팍한 헬조선에서도 “정규직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줘 이 상을 수여한다. 
(관련기사: “우병우가 다가오자 수사관들이 일어섰다”)

-올해의 계급하락 상
윤서인 만화가, 조선일보 '조이라이드' 연재에서 하차

▲ 조선일보에서 연재되던 '조이라이드'의 일부분.

객원기자에서 정규직 사진기자가 된 고아무개 기자와 달리 조선일보에서 오래동안 만화를 연재한 윤 만화가는 조선일보를 떠나게됐다. 조선일보에서 2014년 10월부터 '윤서인의 개념웹툰 朝이라이드 Joyride'를 연재하던 윤 만화가는 연재를 중단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발로 나오긴했지만 매우 답답하고 서운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연재 초반에 비해 자신에게 소홀하게 대했다는 것.

윤 만화가는 1등신문 조선일보에서 원고료를 채 다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밝히는 등 연재중단 이후에도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꼭 밀린 원고료를 쟁취해내시라는 응원을 보내며 이 상을 수여한다. 투쟁.
(관련기사: 뉴데일리 '조선일보와 결별한 윤서인, 뉴데일리에 새둥지')

-올해의 친절한(?) 호모포비아씨 상
수상작: 국민일보 '동성애는 사랑이 아닙니다. 혼자 늙고 결국에는 비참해집니다' (8월 10일)

▲ 국민일보 8월10일자 1면 머리기사.

꾸준히 동성애혐오 기사를 써왔던 국민일보가 8월10일자 신문 1면 톱기사로 작성한 기사는 마치 이성애를 하면 혼자 늙지도 않고 비참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종교면도 아닌 종합1면에 이러한 기사를 실은 것에 국민일보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꾸준한 호모포비아 기사 작성한 국민일보의 백아무개 기자는 관련 보도를 비판해 온 미디어오늘에 자신이 쓴 책이자 동성애혐오적 내용을 담은 ‘동성애is’라는 책을 보내주기도 했다.  미디어오늘 사무실에 기자수에 맞춰 기자이름까지 하나하나 써보내주는 등 친절함을 느끼게 해 이 상을 수여한다. 
(관련기사: 국민일보 “동성애자 말로는 비참” 혐오 보도 논란)

-올해의 음란 대기자 상
수상작: 뉴시스 '젖소부인 풀만 드시네'(10월25일), '나오미 캠벨, 아직 슈퍼급 맞지?'(11월3일)

뉴시스의 신아무개 (무려)대기자는 각종 기사에 여성의 신체사이즈를 기재하는 기사를 써왔다. 10월25일자 '젖소부인 풀만 드시네', 11월3일 '나오미 캠벨, 아직 슈퍼급 맞지?'라는 제목부터 음란한 기사에서 배우들의 신체사이즈를 기재해 논란이 일었다. 신체사이즈 외에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았다는 말까지 괄호를 넣어 삽입했다. 

이에 뉴시스는 "알지 못했다"며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스크도 모르는 그의 정성스러운 음란성에 이 상을 수여한다.
(관련기사: 여성 신체 사이즈는 왜? 뉴시스, 이 정도면 ‘성추행’)

-올해의 허준상
수상작: KBS ‘독감' 2배 이상 급증…'결석' 속출(12월16일)

KBS는 12월16일 유행했던 독감에 대해 리포트를 방영하면서 "최근 독감이 유행하면서 전주보다 2배 이상 늘었는데 학생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3배 많았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주말마다 열린 촛불집회에 가족단위 참가자가 늘면서 더 많이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라고 방송했다. 

해당 리포트는 비판받은 후 현재 삭제됐다. 독감 확산 원인이 촛불집회라는 새로운 가설을 세운 공로로 명의사인 허준상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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