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걸러 연예인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9일 배우 김유정이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시사회 현장에서 짝다리를 짚고 손톱을 매만진 것으로 인해 태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 24일에는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가 ‘2016 KBS 연예대상’에 패딩을 입고 왔다며 불성실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2016년 역시 아이린, 하연수, 설리 등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열거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어린 여성 연예인에게 태도 논란은 아주 가혹한 잣대로 적용된다. 오히려 한번도 태도논란이 되지 않았던 이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남자연예인 중에서는 최근 기안84의 ‘패딩’ 논란과 함께 올해 김희철이 JTBC ‘아는형님’에서 반말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어 김성윤 평론가는 “연예인이 ‘상품’인 동시에 ‘공인’인 사회에서 연예인은 노래나 춤, 연기를 잘하되 도덕적이기까지 해야 한다”라며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중의 이율배반적 요구가 수용되는 이유는 대중이 연예산업의 소비자이고, ‘소비자’라면 상품에게 모든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 문화 등 연예인을 소비하는 문화 속에서 대중은 자신을 '소비자'로 위치시키고 연예인을 ‘상품’으로 여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불매하겠다는 마음으로 태도를 지적을 한다. 연예인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기보다 자신의 상품으로서, 자신이 없으면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팔리고 값이 비싼 상품인 연예인은 시기의 대상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연예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기도 해서지만 ‘돈을 많이 벌고 사랑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해도 그들의 연봉을 벌 수 없는 이들은 “저들은 우리의 사랑으로 인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이정도 비난은 감수해야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소비자운동의 탈을 쓴 꼬투리잡기는 이렇게 정당성을 얻는다.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나는 네가 누리는 부와 인기를 가능하게 한 소비자 ‘대중’이니, 난 내가 받아야 할 몫을 챙기겠다는 소비자 심리와, ‘나는 감정노동 하는데 왜 쟤는 안 해?’라는 불행의 평등주의가 폭력적으로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한겨레 ‘짝다리가 그렇게 불편하디? 젊은 여자라서?’)
연예 산업에서 연예인이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지나친 대중의 태도 지적은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한다. 아무리 개성 있는 춤, 노래, 연기를 선보이는 연예인이라고 할지라도 대중 앞에서는 ‘갑 앞의 을’ 같은 모습을 보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다양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지나친 태도지적은 그만둬야 한다. 그들에게 다양한 역할과 필모그래피를 원하는 만큼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