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 그리고 천박. 이 회사가 스스로 드러내는 격(格)에는 이런 단어들만 조응한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회사가 이제는 ‘고객 등쳐먹는 법’을 직원들에게 전수한다. LG유플러스 이야기다. 한국의 4대 재벌은 현장 기사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5만원권 지폐 다발 만지고 싶나? 아우디 몰고 싶나? 고객에게 기가(Giga) 인터넷을 권유하고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끼워 팔아라!

유플러스가 최근 현장 기사들을 교육할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했는데 내용이 가관이다. 문제의 영상은 ‘HSD 우수 기사 노하우’라는 제목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현장기사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월급이 370만원이었다. 그런데 8월 이후 1200만원 이상을 기록하며 억대연봉이 됐다. 이참에 차도 아우디로 바꿨다. 그가 월 평균 기가 인터넷 34건, 사물인터넷 40건을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노하우는 이렇다. 30~40대 주부, 그분들의 남편, 원룸에 사는 분들에게 밤이든 주말이든 고객이 편한 시간에 찾아가 “기가 인터넷 가격은 월 3만원으로 100메가급보다 1만원 비싸지만 기가 인터넷을 하면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신청·사용 상품보다 등급이 높은 기가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을 파는 게 비결이다. 업계용어로는 HSD(Home Solution Design) 업셀링(up-selling)이다.

유플러스는 이 같은 영업전략이 고객과 노동자 모두에게 좋은 것처럼 포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바로잡자. 현장에서 초고속인터넷, 사물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 등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유플러스의 직원이 아니다. 이들은 LGU+ 마크가 붙은 작업조끼와 장비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하도급업체 소속이거나 이 업체와 개별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현장 기사들은 원청인 유플러스가 하도급업체에 내려주는 수수료와 도급비 일부를 월급과 개인소득으로 받는다.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고정급과 실적급의 비율은 6대 4 또는 5대 5 정도다. 실적급은 120포인트(기본급 148만원)를 초과하는 순간 발생하는데, 인터넷이든 TV든 모든 상품의 포인트가 1미만이다. 현실적으로 억대연봉은 노동자가 일주일 내내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며 자신을 혹사하거나, 불완전 설치·판매로 고객을 등쳐먹지 않는 한 가능하지 않다.

일부 개인사업자들은 억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뭔가 석연찮다. 합리적으로 의심해보자. “에너지미터 안 해도 월 요금은 3만원으로 똑같다”는데 회사는 왜 어마어마한 인센티브를 줄까. 기간약정·결합상품으로 고객 가두기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회사가 기사를 포상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억대연봉을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유플러스가 고객에게 인터넷 요금을 과다 청구하고, 고객 상대로 위약금 장사를 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고객 등쳐먹는 법’을 전수하고 있다. ‘적정노동’과 ‘저녁이 있는 삶’, 그리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이 같은 교육을 하는 이유는 바로 다단계 하도급과 성과주의 때문이다. 유플러스는 하도급업체와 노동자를 지표와 건수로 줄 세워왔고, 자신의 이익과 센터의 중간마진과 노동자들의 월급을 일치시킨다. 이 시스템은 노동자와 고객의 권리를 갉아먹어야 유지된다.

기사들이 파업을 할 때는 “당신들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던 유플러스는 이제는 “현장에 있는 당신이 유플러스”라고 추켜세운다. 비조합원에게 일감을 몰아줘 조합원들의 생계를 압박한 회사가 이제는 억대 연봉과 외제차를 들이댄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자신을 착취하고 고객을 배신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삼류 상술과 노무관리 때문에 유플러스가 만년 3위다.

사실 우리 노조 자랑 같지만 얼마 전 전국 순회 간담회를 돌며 만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비조합원이 우리보다 많이 벌어가지만 부럽지 않다. 개처럼 일하지 않고, 고객에게 사기치지 않으려고 노조 하는 것 아니냐.” 유플러스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조합원들은 자기 배불리려고 고객 등쳐먹지 않는다. 우리는 삼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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