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와 뉴스데스크 시청률 추락, 최근엔 ‘최순실 태블릿PC 흔들기’까지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MBC 보도에 기자들이 들고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 기자들이 개인 성명을 발표하고 피케팅을 진행하긴 했지만 수십 명의 기자가 단체로 모여 MBC 안에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28일 MBC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80여 명은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청와대 방송 중단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점심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28일 MBC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80여 명은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청와대 방송 중단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점심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MBC 뉴스는 왜 태블릿PC에 목을 매는지 아는가. 태블릿PC가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것이 박근혜 국정농단 시국의 중대한 의혹이라고 소리치는지 아느냐”며 “‘대통령 탄핵은 태블릿PC 조작에서 시작됐다’는 변희재의 주장을 앞세워 보도하면서 마치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니면 최순실의 꼭두각시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면죄부를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MBC 보도국 편집회의의 풍경은 비겁하고 무능하다. 청와대 국무회의의 꼴과 다르지 않다”며 “그렇게 청와대가 나라를 망쳤듯 자리를 바꿔가며 자리를 지킨 보도국 보직부장들의 맹종과 눈치는 오직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향했고 MBC 뉴스는 이렇게 망가져 왔다”고 지적했다. 

▲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 사진=강성원 기자
“기자의 관점은 없다. 관점을 말하는 기자는 이미 온전키 어렵다. 쫓겨나기 오래다. 회사의 입장이 기자를 명령한다. MBC 뉴스는 단지 청와대만 보는 것만은 아니다. 뉴스엔 뉴스가 없다. 종편을 베끼다 신문을 옮기다 이제는 그마저 손을 놓아버렸다. 너무 찌그러져 이제 어찌할 줄 모른다. 안쓰럽고 처참하다.”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공동성명을 낭독한 김희웅 기자협회장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이어 MBC 기자들은 “오늘은 또 어느 뒷골목에 중계차를 댈 것인가. 김장겸, 최기화는 사퇴하라”,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탄핵이 멀지 않았다. 시청자가 외면하는 뉴스는 누구를 위한 방송이냐”, “MBC 뉴스를 망치고 어디 가서 웃을 수 있는가” 등의 구호를 외쳤다. 

28일 MBC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80여 명은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청와대 방송 중단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점심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강성원 기자
사진=강성원 기자
사진=강성원 기자
 사진=강성원 기자
다음은 MBC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공동성명 전문이다. 

추악하게 버티는 꼴마저 청와대와 함께 하려는가?
김장겸 최기화는 창피하고 사악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묻겠다. 
자.

동료 A여. 
MBC뉴스는 왜 태블릿 PC에 목을 매는지 아는가?
태블릿 PC가 누구의 것인지, 태블릿 PC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것이 의혹이라고 그것이 박근혜 국정농단 시국의 중대한 의혹이라고 소리치는지 아는가?
청문회의 최대 성과는 '최순실이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고영태의 증언이며 '대통령 탄핵은 태블릿 PC 조작에서 시작됐다'는 변희재의 주장을 앞세워 보도하면서, 마치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니면 최순실의 꼭두각시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면죄부를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이유를.
MBC뉴스가 어느 처절한 나락까지 처박히고 있는지에 대해.
한 기자가 '우리는 최순실 편입니까?' 물어도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입니까?'라고 한 기자가 절망해도 
'제발 제대로 합시다'라고 한 기자가 갈구해도
MBC뉴스는 왜 세간의 조롱과 모욕을 자처하는지 아는가?
최순실은 MBC뉴스가 누구를 위해 지켜야 하는 보루인가?

동료 B여. 
MBC 보도국의 풍경을 아는가? 편집회의는 비겁하고 무능하다.
여기 김장겸이 좋아하지 않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은 내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 김장겸이 챙기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이 내 부서의 일이라고 말한다.
청와대 국무회의의 꼴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청와대가 나라를 망쳤듯 MBC뉴스는 이렇게 망가져왔다. MBC 보도국 보직부장 자리만 4년이다. 자리를 바꿔가며 또 부장이다. 맹종과 눈치는 오직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향한다. 또한 청와대 꼴이다.

기자의 관점은 없다. 관점을 말하는 기자는 이미 온전키 어렵다. 쫓겨난지 오래다.
회사의 입장이 기자를 명령한다.
MBC뉴스는 단지 청와대만 보는 것은 아니다. 뉴스엔 뉴스가 없다. 종편을 베끼다 신문을 옮기다 이제는 그마저 손을 놓아버렸다. 너무 찌그러져 이제 어찌할 줄 모른다. 안쓰럽고 처참하다. 최기화 보도국장은 허수아비 자리를 이제 놓으라.

우리의 동료 C여
입사 첫날 MBC 기자에 자랑스럽던 어머니의 미소를 기억하는가? 
이제 우리의 딸은, 아들은
애비가 MBC 기자라고 어미가 MBC 기자라고 말하지 못한다.
촛불 광장에서 애비어미 회사의 뉴스차는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
저기 뒷골목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 말하며 우리는 깊게 한숨한다.
누가 MBC뉴스를 보는가?
시청자는 우리를 버렸다.
MBC뉴스를 보라고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가?

절박함이 우리를 떠민다.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로 자신의 앞자리를 챙기려는 자는 MBC뉴스를 떠나라.
국민이 버린, 탄핵받은 청와대가 버티는 추악한 꼴마저 따라가려는가?
김장겸은 그만 사악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최기화는 이제 창피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침묵은 한계를 넘었다. 주저함과 무기력을 벗는다.
당신들의 사퇴는 우리의 끝이 아니다.
MBC뉴스를 살리고 MBC기자의 자존을 살리고
공영방송 MBC의 본분을 살리는 시작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016. 12. 28. MBC기자협회, MBC영상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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