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개그’ 같은 질문 하나. 우리나라에서 최고 권력실세였던 사람이 사는 도시가 어디일까? 경기도 의왕시다. 서울구치소가 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구치소 감방에 있는 최순실을 상대로 비공개 청문회가 2시간20분 동안 열렸다. 최순실은 어렵고 난처한 질문들에는 답변을 하지 않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안종범 전 정책기획수석이나 정호성 비서관 등 국정농단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사실로 드러난 내용들에 대해서도 모른다거나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한다.

“한 가지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20가지 거짓말을 공부해야 한다.”(17세기 영국의 풍자작가 조나단 스위프트) “한마디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려면 항상 7가지의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 “거짓말은 눈사람 같아서 오래 구를수록 더 커진다.”(마틴 루터) 박근혜와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스캔들의 주역들이 보여주고 있는 거짓말 퍼레이드가 이와 같다. 그러나 계속되는 뻔뻔한 거짓말 가운데서도 진실의 조각들이 드러나고 있다.

JTBC가 입수한 문제의 태블릿 PC에 대해 최순실은 그 태블릿 PC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이 전한 발언들을 뜯어보면, 최순실이 문제의 태블릿 PC를 사용한 적이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은 “태블릿 PC가 아니라 노트북을 주로 썼다. 2012년에 태블릿 PC를 처음 봤고, 쓸 줄도 모른다. 워드 기능이 없어 그 다음부터는 사용 안 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그 태블릿 PC를 사용한 적이 있음을 사실상 실토한 셈이다.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 정윤회가 2위, 3위가 박근혜’라는 박관천 경정의 주장도 청문회와 각종 보도 등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당신을 ‘시녀같이 심부름이나 하던 사람이고 자기와는 눈도 못 맞췄다’고 했다”고 한 국회의원이 말하자 최순실은 고개를 쳐들며 “(대통령이) 그런 소리를 했어요? 나는 그런 얘길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이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얘기)하셨어요?’라고 말하던가, 적어도 ‘그렇게 얘기한 게 사실이에요?’ 정도는 말했어야 한다. 그러나 최순실이 내뱉은 단어는 ‘말씀’이나 ‘얘기’가 아니라 ‘소리’였다. 최순실이 ‘교양 부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최순실이 박근혜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채널A가 공개한 박근혜와 최순실의 대화 녹음파일을 들어봐도, 최순실이 박근혜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처지가 아니라, 거꾸로 박근혜가 최순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처지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최순실이 시종일관 반말 투로 대화를 주도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의혹 투성이의 7시간’도 퍼즐이 맞춰지듯 진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의 문고리’를 잡고 있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27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진행된 비공개 청문회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내놓았다. 정호성은 “4월16일 전후로 박 대통령의 일정이 빡빡했는데 그날만 유독 일정이 비어 있었다”며 “박 대통령은 (그날) 매우 피곤해 있었고 관저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호성은 또 “세월호 사고 당일 점심을 먹으며 TV에 ‘전원 구조’가 나와서 ‘큰 사고가 나도 다 구조하니 다행’이라며 밥을 먹었다”면서 “오후 2시가 지나서 사태가 심각해진 것을 깨닫고 관저로 가 대통령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가 7시간 관련 질의가 계속되자, “(관저에서 대통령을) 직접 봤는지 인터폰으로 대화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고 한다. 박근혜가 “매우 피곤해 있었다”는 정호성의 판단은 인터폰 등을 통한 대화가 아니라 직접 대면한 데 따른 판단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박근혜는 4월16일 오전에 수면유도제를 맞고 주름을 당겨 올리는 이른바 ‘필러(filler)’ 시술을 받은 결과 피곤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시술 장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정하듯 롯데호텔 36층 아니면 청와대 경내 중 한 곳임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박근혜의 거짓말과 버티기는 감옥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꼼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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